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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눈 먼 무서운 동창생

Posted May. 22, 2008 18:52,   

혼자 사는 수백억대 재산가가 대학 동창생이 낀 일당에게 납치됐다 80여 일 만에 풀려났다.

납치범 일당은 납치한 재산가의 부동산을 담보로 78억 원을 대출받고 예금 30억 원을 가로챘다.

납치에서 석방까지=A(53) 씨가 납치된 것은 3월 1일.

A 씨는 이날 대학 동창인 이모(53) 씨와 이 씨의 소개로 알게 된 김모(50) 씨 등과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모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난 뒤 이태원에 잘 아는 클럽이 있는데 가서 술 한잔 하자는 이 씨의 권유에 A 씨는 김 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태원에 도착했을 무렵 음료수를 살테니 차를 멈추라는 이 씨의 말에 김 씨가 차를 세우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일당 두 명이 차에 타 이 씨 등과 함께 A 씨를 납치했다.

이 씨 등은 이후 두 달여 동안 A 씨를 데리고 서울 강남과 충남 천안 일대 호텔에서 머물렀다.

또 납치 사실을 숨기기 위해 A 씨를 위협해 여동생에게 1주일에 한 두차례 씩 사업 투자 때문에 바쁘다. 별 일 없으니 걱정 말라는 전화를 걸도록 시켰다.

이들은 이어 지난 달 24일 A 씨의 부동산을 담보고 78억 원을 대출하고, 다음 날에는 A 씨의 계좌에서 30억 원을 김 씨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평소 오후에 전화를 걸던 A 씨가 두 달 동안 계속 아침에 전화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여동생이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하며 꼬리가 밟히기 시작했다.

경찰이 추적하는 것을 눈치 챈 이들은 지난 주 A 씨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뒤 신고하면 마약사범으로 경찰에 잡혀간다고 협박한 뒤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A 씨 집 근처 도로에서 A 씨를 풀어줬다.

A 씨는 누구=운수회사를 운영하던 부모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A 씨는 부동산 사업 등을 통해 재산을 수백억 원 대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 후 가정부도 없이 혼자 생활해 온 A 씨는 자녀가 없어 여동생, 건물관리인을 제외하면 교류하던 사람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납치범 이 씨와는 대학 동창으로 1999년 자신의 집에서 5개 월 정도 함께 지내기도 했다.

경찰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이 씨가 사업에 실패해 두 사람이 함께 지냈다며 이후에도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술과 식사를 함께 했다고 말했다.

경찰수사=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2월 A 씨에게 공범 김 씨를 소개시켜주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2월 경기 용인에 있는 200억 원 상당의 토지를 팔려던 A 씨에게 내가 알고 지내는 재력가라며 김 씨를 소개시켜줬다.

그러나 20일 경찰에 자진 출두한 이 씨는 경찰에서 자신은 A 씨의 유인에만 가담했을 뿐 감금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기 전과 등을 포함해 전과 10범인 김 씨를 재산가라고 속여 소개시켜준 점 등으로 미뤄 이 씨가 범행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씨에 대해 21일 인질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15일 필리핀으로 도주한 공범 6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를 하는 등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또 이 씨 일당이 불법대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공모자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A 씨 행세를 하며 대출 받은 과정에서 내부 공모 등 다른 범죄 행위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