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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추모석마다 끝나지 않은 슬픔

Posted April. 14, 20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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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지만 어둠 속에 산다=한 주민은 사건 이후 잠적했던 조의 부모는 조용히 돌아왔지만 지금도 낮에는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승희의 가족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는 물론 총영사관 등과의 면담도 거부해 왔다.

가족 측 변호사인 웨이드 스미스 씨는 12일자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그들은 계속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며 언젠가는 말할 수 있을 때가 오겠지만 지금은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승희의 누나(27)가 현재 국무부 민주인권노동 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승희의 누나는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뒤 사건 당시 뉴욕의 국무부 용역업체에 근무했었다.

1년이 지났지만 사건의 핵심에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사건 직후 한국 내 일각에서 이민 부적응 등 사회의 구조적 요인에 따른 범죄로 몰아가기도 했지만 수사결과 철저히 조승희 개인의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였음이 밝혀졌다.

조승희는 어려서부터 정신질환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로 심각한 고립증세를 보였으며 부모들도 의학적종교적 방법을 동원해 치료를 시도했지만 효용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가 대학 입학 후 여학생들을 스토킹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법원이 정신과 치료를 명령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그가 왜 사건 당일 새벽 기숙사로 특정 여학생을 찾아가 살해했는지, 왜 그 후 노리스홀(공과대 건물)을 찾아가서 30명을 무차별 사살했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조승희와 첫 피해자인 여학생 사이에 대해서도 경찰은 별다른 연관관계를 찾지 못했다.

대학 하루 휴강추모행사 마련=노리스홀은 지난해 9월 재개관했지만 총격이 벌어졌던 강의실들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총탄에 뚫린 강의실 문은 새 나무로 다시 짰지만 손잡이도 없다. 건물의 다른 층은 기계공학과 사무실 및 교수대학원생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다.

대학 측은 총기 참사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기 위해 이곳을 평화 및 폭력방지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본부 건물 앞쪽에는 추모석 32개가 마련됐다. 학교 측은 16일을 추모기념일로 정해 하루 동안 휴강하고 다양한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다.

한인학생회장인 유현승(30산업공학과 박사과정) 씨는 12일 학교는 차분한 분위기라며 한인학생회 차원에서 단체로 행사에 참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같이 모여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내가 알기로는 교내에 조승희 사건을 한국인이 저지른 범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며 오히려 그동안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총기 관리 문제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16일 워싱턴의 대법원과 의사당 앞 등에서는 사건 부상자와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단체 회원들이 드러눕기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그러나 총기규제는 여전히 별다른 진전이 없다. 정신질환자의 총기 구입을 규제하는 절차를 강화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학교마다 위기관리 및 정신질환자 관리 시스템을 강화한 것 등이 그나마 지금까지의 진전으로 꼽을 만하다.



이기홍 하태원 sechepa@donga.com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