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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뉴욕필의 평양 신세계, 북미 해빙 전조되기를

[사설] 뉴욕필의 평양 신세계, 북미 해빙 전조되기를

Posted February. 27, 200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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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하늘 아래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미국의 세계적인 교향악단 뉴욕필이 어제 동평양대극장을 가득 메운 1천명의 북한 청중 앞에서 미 국가를 연주한 것이다. 한국 전쟁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적대시하던 북미 간에 화해 가능성을 보여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이 공연을 TV와 라디오로 주민들에게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와 조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 등 미국 색채가 짙은 작품의 연주도 허용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음악은 백년숙적 관계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논평까지 냈다. 북 청중도 뜨거운 박수로 미국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화답했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지만 북한은 여러 면에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뉴욕필과 동행한 미국 언론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개방적인 자세를 취했다. ABC와 CNN방송은 북 당국의 안내로 불능화가 진행되고 있는 영변 핵시설을 상세히 취재, 방송하기도 했다. 물론 북이 213 북핵 합의를 성실히 이행 중임을 과시하기 위해서 미 언론을 이용했을 수도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 축하용으로 뉴욕필을 초청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북한이 진정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이번이 절호의 기회다. 북핵 고개만 넘으면 미국과 손을 잡지 못할 까닭이 없다. 미 정부는 핵 프로그램 신고만 제대로 하면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북을 삭제할 준비가 돼 있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이 핑퐁외교로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켰듯이 뉴욕필 공연을 관계개선의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

북은 2000년에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통해 미국과 화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으나 핵 개발로 뒤통수를 치고 말았다. 당시 북은 조명록 차수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합의한 북미 공동 코뮤니케까지 휴지로 만들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 돼선 곤란하다.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만성적인 경제난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