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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언론 대못질 제1부]<2>신문법앞세운 비판언론 옥죄기

[참여정부 언론 대못질 제1부]<2>신문법앞세운 비판언론 옥죄기

Posted December. 17, 2007 18:19,   

, 위헌 결정난 독소조항 대통령령으로 재추진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은 2004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여론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발의한 뒤 2005년 1월 여야 밀실 합의를 통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지난해 7월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시장지배적 사업자 차별 등 핵심 조항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는 등 사실상 표류하고 있다.

언론계에선 신문법이 신문 산업의 발전이나 여론의 다양성 보장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을 겨냥해 여러 규제 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에 신문의 자율과 편집권을 간섭하는 신문 악법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신문법은 미디어 산업의 흐름에 맞춰 제정됐어야 했는데 신문 시장에만 집중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과 규제가 남발됐다며 신문법의 일부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고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명분과 다른 의도가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여권은 위헌 결정을 받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차별 조항을 대규모 신문 사업자로 이름을 바꾸고 그 기준을 대통령령에서 규정하도록 대체입법을 내는 등 헌재의 결정에 어긋나는 개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 위헌 결정=헌재는 지난해 6월 신문법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조항이 신문의 여론 다양성 보장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합리적 수단이 아니며 신문 사업자의 평등권과 신문의 자유를 위배한다고 결정했다.

이 조항은 1개사 점유율이 30%, 3개사가 60%가 넘으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신문발전기금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차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은 특정 신문사의 점유율이 높으면 여론 다양성이 침해된다고 주장했으나 여론 시장의 범위를 신문 시장에만 제한함으로써 비판 언론을 겨냥했다는 의혹이 짙다.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점유율 기준은 1개사 50%, 3개사 75%인데도 신문에만 기준을 강화한 것도 표적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 조항의 위헌 결정은 이런 지적의 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 시장 규제의 꿈 못 버린 여권=헌재 결정이 나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여권은 개정안을 내놓으며 여전히 신문 시장을 규제하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대규모 신문 사업자의 세부 사항을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해 위헌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하고 있다. 임의 조항인 독자권익위원회를 강제 조항으로 규정하는 등 신문사에 대한 통제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 조항을 삭제하고 시장점유율 20% 미만의 신문사가 방송사 지분의 10%를 넘지 않게 소유하는 조건으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여권과 한나라당의 개정안은 국회문화관광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언론 윤리도 법으로 규제=신문법은 언론의 자율에 맡겨야 할 윤리적 측면까지도 법제화함으로써 무리한 규제 조항을 남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의무화한 조항(4, 5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조항은 전두환 정권 때의 언론기본법 조항(3조)과 같다.

이 조항은 신문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공정성과 객관성의 잣대를 강제로 동일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신문사들은 공정성의 법제화 조항에 묶여 고유의 논조와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기보다 닮은꼴 신문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헌재는 일단 이 조항은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려 판단을 유보했다.

노사 협의를 통해 구성하는 편집위원회 제도도 과도한 입법의 사례로 손꼽힌다. 편집위원회 제도의 법제화는 신문법 제정 논란 당시 편집권 침해라는 지적이 받아들여져 임의조항으로 바뀌었다. 편집위원회는 신문사의 자율에 맡긴다는 뜻이었으나 당시 상당수의 언론사가 편집국장 임면 동의 등을 시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굳이 법제화할 필요가 없었다.

언론학계에서는 이처럼 선언적 조항이나 실효가 없는 조항을 법제화한 것은 이른바 개혁 입법의 전시 효과를 내기 위해 억지를 쓴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상충하는 언론중재법=언론중재법은 언론 보도의 피해자가 신속하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취지는 인정받으나 지나치게 언론을 가해자로만 규정하고 있어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구현하기 어려운 조항도 적지 않다.

언론 보도의 피해자가 아닌 제3자(시민단체)가 시정 권고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요청하고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그런 사례다. 이 조항에는 특정 신문에 편향적인 시민단체 등이 시정 권고 요청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 언론중재위가 국가적 사회적 법익에 위배되는 보도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역시 국가적 사회적 법익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돈으로 신문시장 개입 통제 악용 우려]

신문법의 법정 기구로 신설된 신문발전위원회(위원장 장행훈)는 신문사에 대한 직접 또는 간접적인 금융 지원을 통해 신문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05년 10월 출범한 신발위는 정부출연금 등으로 조성한 신문발전기금으로 지원 사업을 벌인다며 지난해 251억8000만 원, 올해 213억8000만 원을 예산으로 편성했다.

신발위는 이 예산의 일부를 신문사에 지원하는데, 이것이 언론 자유의 토대를 훼손하고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신발위는 경향, 오마이뉴스 등 11개 언론사에 2억7300만 원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한겨레, 서울신문, 프레시안 등 43개사에 84억70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선문대 황근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언론을 지원한다는 것은 말이 지원이지 통제에 가깝다며 유럽에서 언론을 공적 기금으로 지원하겠다는 법은 위헌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가 언론을 도우면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발위는 특히 200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기금 지원 대상 선정이나 기금 운영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선군정치를 찬양한 기사를 게재한 월간지 민족21을 지원 대상자로 선정하고, 융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9개 언론사 중 8개사가 담보 능력 부족으로 융자금을 포기한 사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신발위가 신문법에 따라 발행부수 유가판매부수 구독료 수입 등 신문사의 경영 자료를 신고 받는 것도 언론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문산업의 현황을 파악한다는 명분이긴 하지만, 신문사 경영이나 영업에 관한 정보를 정부 산하기관이 장악함으로써 이를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신발위는 위원 9명 중 문화관광부 추천 3명을 포함해 6명이 친여권 인사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 위원회 운영이 친정부적 성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한편 문화관광부는 업무 중복을 이유로 신발위와 신문유통원을 기존 한국언론재단과 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림대 김옥조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는 즉흥적으로 신문 관련 기구를 만들었다가 다시 합친다는 것 자체가 이들 기구의 제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