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삼성 비자금 특검을 수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특검에 따르면 이 법은 의결공포되면 바로 시행된다. 이후 특검 임명에 최장 15일이 걸리고 이후 20일간의 준비 기간이 있다.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특검법 의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특검이 실제 수사에 착수하기까지 40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초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은 더는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 결국 특본 수사는 시한부라는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재의 요구를 하면 그 기간에 검찰 수사는 검찰 수사대로 진행되고 그 다음에 (특검이) 또 다시 수사를 이어 받아서 해야 되는 이런 번거로움과 혼란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같은 수사 대상을 검찰과 특검이 반복해서 수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뜻에 반해 계속 수사를 한다는 것도 검찰로서는 부담이 된다.
특본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특검 수용 발표 이후 특검이 본격 수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수사를 계속한다는 기본 방침을 밝혀 왔지만 사실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앞으로 수사의 범위와 방향을 다시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특본은 이날 김용철(전 삼성그룹 법무팀장) 변호사가 삼성의 비자금 50억 원이 들어 있다고 주장하며 공개했던 우리은행 삼성센터 지점과 굿모닝신한증권 도곡동 지점 등 은행 계좌 3개와 증권사 계좌 1개에 대해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비자금 운용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다른 삼성 임원들의 계좌도 추적할 방침이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먼저 고발장에 드러난 계좌를 들여다보고 혐의점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특본은 김 변호사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폭로한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 분식회계 이 회장 일가의 차명자산 보유 등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특본은 김 변호사가 제기한 의혹이 방대하기 때문에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시급히 증거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의혹부터 수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삼성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김 변호사에게 이번 주 중 조속히 출석해 조사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출석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김 변호사의 변호인단(최병모 이덕우 장주영 김영희 변호사)은 특본을 방문해 수사를 공정하게 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