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씨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을 때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기자들에게 만약 결단을 한다면 아주 프레시한(참신한) 쪽 여러분의 도움을 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제 이 씨의 한나라당 탈당 및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거론되는 인물들을 보면 참신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1997년 대선 때의 세풍(), 2002년 대선 때의 차떼기는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 민자당 시절의 안풍() 사건 주역들인 서상목 최돈웅 강삼재 전 의원 등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세 사건 모두 정치를 타락시키고 국정을 병들게 한 범죄였다. 그중 세풍과 차떼기는 이 씨의 대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질러졌다.
서 씨는 세풍 3인방 중 한 사람이다. 세풍은 서 씨가 이 씨의 동생 이회성 씨, 당시 국세청 차장이던 이석희 씨와 공모해 현대 SK 대우 등 23개 대기업에서 166억3000만 원을 불법 모금한 사건이다. 불법 대선 자금 모금에 국세청 권력을 동원한 희대의 사건이다.
최 씨는 2002년 대선 때 차떼기를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한나라당은 당시 재벌들로부터 거둬들인 500억 원의 현금을 2.5t 트럭과 승합차에 실어 날랐다. 당 재정위원장이던 최 씨는 SK그룹에 직접 100억 원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까지 잃었다. 최 씨는 이 씨의 출마 선언 직후 학교(경기고) 친구니까 도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민자당 사무총장을 지낸 강 씨는 1995년 627지방선거와 1996년 411총선(15대) 때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예산 1197억 원을 선거 자금으로 사용하다 징역 4년에 추징금 731억 원을 선고받고 정계를 은퇴한 사람이다. 나중에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선 잔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다고 천문학적 액수의 불법 선거 자금을 동원했다는 사실까지 무죄가 된 것은 아니다.
대선 3수를 선언한 이 씨 주변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이처럼 하나같이 낡은 정치와 부패의 추억들만 떠오르게 한다. 이들이 과연 무슨 낯으로 국민에게 한 표를 호소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