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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최병렬 수첩

Posted November. 05, 200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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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겨우 한 달 보름 앞두고 최병렬 수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이 대기업들에서 받은 선거자금 847억 원 가운데 쓰고 남은 154억 원의 용처를 당 대표였던 최병렬 씨가 이 수첩에 적어 놓았다는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수첩의 존재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1일 (최 전 대표가) 남은 돈의 행방을 여기에 깨알같이 써놓은 것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희태 의원도 이튿날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대표(2003년 전반기) 시절 잔금에 관한 의혹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 전 대표가 5월에 한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검정 수첩 하나를 들고 나왔는데 그 수첩이 문제의 수첩일 것이라고 관측하기도 한다. 물론 수첩의 존재 자체를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최 전 대표는 평소 수첩을 사용하는 습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 전 대표는 수첩 얘기만 나오면 노코멘트로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도 이회창 전 총재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4년 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감옥에 가겠다고 말했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이 전 총재의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를 통해 154억 원이 어디론가 흘러간 비밀을 그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수첩 파문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나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2004년 수사 당시 검찰은 한나라당이 138억 원은 기업에 돌려주고 16억 원만 당에 남긴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와는 달리 154억 원 전액을 당에 남겨 다른 용도에 썼다면 검찰의 재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병렬 수첩이 시한폭탄과도 같은 이명박-이회창 갈등의 뇌관인 셈이다. 수사 시기에 따라선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 문제와도 다시 얽혀 정국을 뒤흔들 수도 있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