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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고구려 혼 사라지나

Posted October. 26, 2007 09:16,   

실크로드 요충지인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남아 있는 7세기 고구려 사절 벽화가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벽화는 왕오천축국전을 쓴 통일신라의 혜초 스님과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원정에 나선 당의 고선지 장군에 앞서 한국인이 1350여 년 전 초원길을 통해 7000km가량 떨어진 이곳까지 왔음을 보여 주는 획기적 사료로 평가된다.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현지를 답사한 고려대박물관(관장 최광식 한국사학과 교수)은 22일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아브 역사박물관에 전시 보관되고 있는 이 벽화를 정밀 조사한 결과 고구려 사신 2명의 모습이 크게 훼손돼 윤곽만 남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대 실크로드 오아시스 길의 중심 무대였던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아브 궁전에서 1965년 발굴된 이 유물은 7세기 후반 이곳의 지배자였던 와르후만 왕을 알현하는 외국 사절의 모습 등을 담은 대형 채색벽화. 국내외 역사학계에서는 이 중 2명의 사신이 입고 있는 복장과 새의 깃을 꽂은 조우관() 및 환두대도() 등을 근거로 한국인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1976년 고 김원룡 선생을 통해 이 유물의 존재가 국내에 처음 알려진 후 사신의 국적에 대해서는 고구려 신라 발해 등으로 이견이 있었으나, 벽화에 남아 있는 소그드어 명문을 통해 주인공인 와르후만 왕의 재임 시절이 밝혀짐에 따라 사신 일행이 650655년 이곳을 다녀간 고구려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정설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벽화는 발굴 후 통째로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으나 보존 처리 부실과 열악한 전시 시설로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해 채색은 물론 인물의 상당 부분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고구려 사신의 모습도 윤곽만 알 수 있을 뿐 고구려인임을 나타내 주는 깃털 장식과 얼굴 모습, 환두대도의 환() 모양과 칼집의 M자 문양, 무릎을 가릴 정도의 황색 상의와 끝이 뾰족한 신발 등 당시 복식 등을 거의 알아 볼 수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