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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부시 면담 취소 파문 진실은

Posted October. 18, 2007 03:17,   

외교 망신 논란을 빚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 파문의 진실은 무엇일까.

본보는 16일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백악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이 후보를 만나기로 마음먹었으며 이 후보가 다른 백악관 간부를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들르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는 사전에 외부에 알려질 경우 즉각 취소되는 비공식 면담 형식이었다. 하지만 워싱턴 정치문화를 잘 모르는 이 후보 캠프가 경솔하게 공개함으로써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은 가끔 외국의 정치인을 만난다. 하지만 대개는 나중에도 기록에 남지 않는 비공식 면담이다. 방문자가 자기 분야에 관련된 백악관 간부를 만나고 있을 때 대통령이 우연히 들러 잠깐 얘기를 나누는 형식이다. 면담 이후에도 백악관은 이를 발표하지 않는다. 이 후보와의 면담도 이런 형식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앨런 허버드 경제보좌관 등을 만나는 형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언론에 공표된 순간 면담은 아예 없었던 일이 되어 버렸다.

대통령 면담은 국가안보회의(NSC)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하물며 국무부도 몰랐다는 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이런 비공식 면담은 공식 계통을 밟아 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NSC에 나중에 알려 주고 의견을 듣는다고 설명했다는 것.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면담 요청에 응하기로 마음먹은 주된 요인은 한국 정부에 대한 마땅치 않은 감정(displeasure)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국의 선거는 이번 결정에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전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이 후보 캠프가 워싱턴의 정치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홍보 욕구를 참지 못해 면담을 스스로 무산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강영우 미 국가장애인위원회 위원에게 보낸 편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실상 만나기로 했다는 뜻을 담은 편지로 봐야 한다. 이런 종류 면담 때 으레 보낸다. 물론 만날 의사가 없을 때도 비슷한 형식의 편지를 보내지만 그런 경우엔 날짜를 명기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항의해 면담이 무산됐다는 강 위원의 주장에 대해 그는 한국 정부의 항의가 있었는지는 모른다며 분명한 것은 이 후보 캠프 측이 언론에 흘리는 순간 면담은 이미 없었던 일이 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는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백악관은 불만이 많다. 대북() 원조와 핵 문제를 연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싱크탱크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7일 호주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 직후 언론 회동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종전 선언에 대해 명확히 밝혀 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과 관련해서도 백악관의 설명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당시 정상회담 전에 미국 측은 성공적인 회담으로 보이도록 하자고 마음을 먹고 갔고 그렇게 노력했다. 언론 회동에서의 일은 통역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애써 성공적인 회담으로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일이 생겼고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not thrilled).



이기홍 김승련 sechepa@donga.com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