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올해는 8월 23일)만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과 달리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모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초구에서 모기 방역을 20여 년간 담당한 김형수 씨는 처서 이후 모기가 없어진다는 속담은 이미 도시지역에서는 맞지 않는 말이며 모기 피해는 사계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초구의 모기 관련 민원 건수는 지난해 101건이었지만 올해는 19월 중 240건으로 갑절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계절과 무관한 모기 피해가 늘면서 관련 제품의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달 초 10일간 살충제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6%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쇼핑몰인 GS이숍 설영철 과장은 2년 전부터는 모기 퇴치 상품을 연중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의 피해는 도심이나 부촌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지역에서도 예외 없이 발생한다.
아파트의 정화조나 집수정(허드렛물을 모으는 곳)에서 모기가 대량으로 번식하는 데다 오래된 아파트에는 나무와 풀 등 녹지가 많아 모기 서식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아파트의 정화조에는 겨울철 영하의 날씨에도 모기가 생존한다.
또 도심에는 숲, 하천이 없지만 여름에 늘어난 모기들이 따뜻한 건물 안에서 옮겨 다니며 계속 생존하고 있다. 모기는 환기구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꼭대기 층에서도 모기가 발견된다.
모기와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서초구 등은 미꾸라지 같은 천적을 이용한 모기 퇴치법을 개발해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모기가 늘어나는 이유가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온대지역이던 한국의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따뜻하고 습하게 바뀌면서 모기가 더 기승을 부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말라리아 등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위험의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보건대 양영철(위생해충학) 교수는 올해처럼 여름과 가을에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가 모기의 서식에 좋은 조건이라는 점은 틀림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