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선거인단 유령 등록 의혹이 제기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에 당 출입기자까지 몰래 등록된 사실이 29일 확인됐다.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회(국경위)는 28, 29일 이틀 동안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한 96만여 명에 대해 음성자동응답장치(ACS)를 이용해 본인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문제는 29일 오후 1시경 본보 기자에게 발신자 번호가 02-3780-8888로 찍힌 전수조사 전화가 걸려 온 것. 이 번호는 국경위가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번호다.
본보 기자가 전화를 받자 전화기에서는 기계음성으로 안녕하십니까. 선생님께서는 민주신당의 선거인단으로 접수되셨습니다. (선거인단 등록에) 참여하신 적이 없다면 1번, 참여하셨다면 전화를 끊으셔도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선거인단에 등록한 적이 없는 기자가 잠시 머뭇거리며 시간을 지체하자 전화기에서는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온 뒤 저절로 끊어졌다.
이 기자는 본인도 모르게 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됐으며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본인이 직접 등록을 한 진짜 선거인단으로 둔갑했다.
정당 출입기자는 당에 출입기자 등록을 하면서 주민등록번호, 학력, 전화번호 등을 제출하며 이 기자는 2005년 9월 열린우리당을 출입하면서 이 같은 인적사항을 등록했다.
유령 선거인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거주하는 김우식(38한의사) 씨도 28일 오후 7시경 같은 전화를 받았다.
김 씨는 전수조사 전화를 받고 29일 민주신당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더니 명의를 도용당한 것 같은데 경찰에 고발하든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이야기하든지, 가만히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며 황당해했다.
김 씨는 지난해 초 열린우리당에 당비를 내는 당원으로 가입해 1, 2개월 정도 활동하다가 탈당계를 냈을 뿐 선거인단 등록은 한 적이 없다며 지난주 모 후보 측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내 전화번호가 그쪽에 있는지 의심해 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수조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캠프 측에서는 동원 선거인단, 유령 선거인단의 실체가 확인됐다며 격앙된 분위기다.
이에 대해 이목희 국경위 집행위원장은 한나라당에서 유령 선거인단, 유령 경선이란 말을 쓰고 있는데, 이는 공당의 경선에 참여하고자 신청한 수많은 국민을 모독하는 말이라며 30일 오전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