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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스 그들이 그립다

Posted January. 27, 2007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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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도 좋고 노이즈도 좋지만 듀스가 최고야.

영화 언니가 간다의 주인공 나정주. 그의 우상은 바로 힙합 듀오 듀스였습니다. 대형 포스터가 가득한 방에서 어린 정주(조안)와 큰 정주(고소영)는 듀스의 나를 돌아봐에 맞춰 춤을 춥니다. 어린 정주를 짝사랑하는 모범생 태훈은 듀스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춤 연습을 하고 로커 지망생 하늬는 여름 안에서를 부르며 정주에게 사랑 고백을 합니다.

주연배우로 고소영이 나오지만 관객의 오감()은 듀스에 머뭅니다. 파릇파릇한 듀스의 데뷔 초 영상과 메인 테마곡으로 흘러나오는 나를 돌아봐는 아련해진 듀스의 기억을 조각 맞추듯 보여줍니다. 하지만 영화가 흐를수록 반가움은 그리움으로, 그리움은 아쉬움으로 번져 갑니다.

1990년 가수 현진영의 백댄서 와와의 2기였던 이현도와 김성재. 현진영의 후예답게 이들은 3년 후 힙합 듀오를 결성해 여름 안에서, 굴레를 벗어나, 사랑하는 이에게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이들의 힙합 음악은 빠르다는 이유만으로 댄스 음악으로 단순 분류됐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엄청난 인기에 밀려 음악적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94년 2집 듀시즘, 이듬해 발표된 3집 포스 듀스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 명반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재평가받습니다.

이들의 업적은 치밀하게 듀스를 만들어 나갔다는 점이죠. 음악 작업-이현도, 안무와 패션-김성재 식의 2인 분업체제를 통해 록 밴드 H2O와의 크로스오버 곡 Go Go Go, 마이애미 사운드를 도입한 약한 남자 등 이들은 실험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또 이른바 듀스 춤이라 불리는 각종 안무와 체크무늬 셔츠 등 스타일로 자신들만의 개성을 가꿔 갔습니다. 그러나 1995년 해체 후 김성재의 돌연사로 인해 듀스의 화려한 무대를 더는 볼 수 없게 됐죠.

10여 년이 지난 요즘 이들의 음악이 새롭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패닉, 전람회 등이 활동하던 1990년대 가요계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가수들의 시대였습니다.

대중은 이들의 음반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고 CD 포장 비닐을 뜯을 때의 설렘을 즐겼습니다. 김건모, 신승훈 등 다소 상업적이라 불리던 가수들도 엄청난 음반 판매량으로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2007년 대중음악계는 어떤가요. 대중은 들을 노래 없다고 합니다. 어린 가수들의 음악에는 실력이나 진지한 철학 대신 기획사의 상업적 논리가 배어 있고 주위에서는 이들이 엔터테이너가 되길 바랍니다. 한낱 파일에 불과한 음악은 한없이 가벼워졌습니다.

갈수록 1990년대 가요에 손이 갑니다. 듀스의 나를 돌아봐부터 마지막 발표곡 사랑, 그리움을 듣고 있으니 반갑다 못해 눈물겹습니다. 갈수록 불모지가 돼 가는 가요계, 듀스가 최고의 대안은 아닐지라도 그만한 대안은 없는 듯합니다. 과연 제2의 듀스는 언제쯤 나타날까요.



김범석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