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개성을 근거지로 한 송상()이 유명했다. 개성 사람들이 고려의 멸망으로 벼슬길이 막히자 장삿길로 나섰다는 속설도 있지만 개성에서 상업이 발달한 역사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부()와 지식을 축적한 송상은 서양보다 2세기나 앞서 사개송도치부법()이라는 복식부기를 사용했다. 복식부기는 오세영의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는 농업을 천하지대본()으로 중시하고 상업을 천시했으나 상인의 피는 끊어지지 않고 흘렀다. 송상 말고도 평양의 유상(), 동래()를 본거지로 한 내상(), 최인호의 소설 상도의 모델이 된 임상옥이 소속된 의주()의 만상()이 있다. 한국 출신 기업인과 상인을 일컫는 한상()은 화상()을 본떠 만든 말이다. 재외동포는 175개국 670만 명에 이르고, 인구 대비로는 세계 2위를 차지한다. 이들의 정보력 및 경제력과 네트워크를 잘 엮으면 화상 못지않은 결집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화교 자본은 중국 개혁개방의 견인차였다. 덩샤오핑()은 문화대혁명으로 폐허가 된 중국을 재건하기 위해 개혁개방 노선을 취했으나 중국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없었다. 이때 해외에서 힘겹게 번 돈을 본국에 송금하고 투자를 시작한 것이 화교다. 중국에서 화상은 외국인 투자 총액의 80%를 차지한다. 이에 화답해 덩샤오핑은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를 앞세워 세계화상대회를 추진했다.
제5차 세계한상대회가 어제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됐다. 170여 개국, 1500여 명의 해외동포가 참여하는 최대 규모이다. 40여 년 전 단돈 1000달러를 들고 혈혈단신으로 고국을 떠나 탄탄한 기업을 이룬 사람도 있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에서 이들이 겪은 차별과 고생은 이루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야흐로 국경 없는 경제전쟁 시대이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상의 네트워크와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모국과 한상이 윈윈 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