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하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7시 37분 노환으로 서거했다. 향년 87세
심장질환 등을 앓아 온 고인은 이날 오전 6시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져 심폐 소생술을 받았으나 그대로 영면했다. 병원 측은 최 전 대통령의 사인이 급성 심부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 중 최고령이었던 고인은 1976년부터 4년 동안 국무총리를 지내다 1979년 1026사태 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거쳐 같은 해 12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제1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최 전 대통령은 1212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의 신군부 세력에 밀려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다가 1980년 8월 15일 하야 성명을 내고 물러났다.
취임 직후인 1980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시국 관련자 687명을 사면 복권하는 등 사회 안정을 꾀했으나 그해 518민주화운동 등 격변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은 8개월이 채 안되는 헌정 사상 최단명이다.
대통령 직을 사임한 후 고인은 신군부의 권력 장악 내막 등 격동기의 진실에 대해 입을 열지 않은 채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1212 및 518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 요구를 받았으나 거부했다.
역대 대통령 서거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1965년)과 박정희 전 대통령(1979년), 윤보선 전 대통령(1990년)에 이어 4번째다.
정부는 최 전 대통령의 장례를 국장과 국민장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국민장(5일장)으로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유족들의 의견을 들어 23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최 전 대통령의 장남 윤홍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표시하고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을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으로 보내 조문했다.
유족은 윤홍 종석 씨 등 2남 1녀. 서대원 외교통상부 본부대사가 사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