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수준과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 덕분에 알차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시장)을 찾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이동통신업계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은 승부를 결정짓는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김신배(52) SK텔레콤 사장, 조영주(50) KTF 사장, 정일재(47) LG텔레콤 사장 등 3대 이동통신회사의 CEO는 제각기 독특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미래의 먹을거리를 고민하고 있다.
부드러운 리더가 조직을 창의적으로 만든다
각 회사의 평가를 들어 보면 김 사장은 외유내강형, 조 사장은 온화배려형, 정 사장은 보스 성향의 연구원형으로 나뉜다.
젊고 창의적인 이동통신업계의 특성을 반영하듯 이들의 리더십은 부드럽다로 통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SK텔레콤의 김 사장은 기술과 경영의 조화를 중시한다.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해 조직 내 인기가 높은 그는 최근 직급체계를 폐지한 파격적인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재무통()이라 주먹구구식 경영은 용인하지 않으며 마케팅팀 인력을 최전선에서 싸우는 인재로 평가한다.
기술고시에 합격해 잠시 공직생활을 한 뒤 통신업계로 옮긴 KTF의 조 사장은 24년 동안 유무선 통신사업에 두루 몸담아 왔다. 차분한 언행에 직원들의 생일파티까지 손수 챙기는 따뜻함으로 조 배려란 별명까지 얻었다.
신앙심이 깊어 노래방에서도 찬송가를 부를 거라고 오해받는다는 그의 요즘 애창곡은 윤도현의 사랑 투. 화려한 쇼맨십은 없지만 최근 사내() 행사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색소폰을 연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7월에 선임된 LG텔레콤의 정 사장은 경영학 박사로 LG경제연구원 경영컨설팅센터장을 지냈다. 통신 실무에 약할 것 같지만 LG 부사장 시절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LG그룹의 3콤 경영전략을 짰다. 요즘에는 콜센터 등을 다니며 부지런히 현장을 익힌다.
LG텔레콤의 한 직원은 야전 사령관 스타일인 남용 전 사장이라면 불호령을 내렸을 상황에 정 사장은 함께 열심히 고민해 보자고 격려해 놀랐다며 부드럽지만 보스 성향도 있어 조직 융화에 적합한 CEO 같다고 말했다.
블루오션을 찾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김 사장의 요즘 관심은 통신시장의 글로벌화와 융합 추세에 집중돼 있다. 최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임원 회의를 열고 신규 시장 개척에 대해 논의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월부터 미국에서 시작한 힐리오 사업은 아직 성과를 말하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국내 1위지만 해외 시장에서 낯선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프리미엄 통신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고 국내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무선 데이터 서비스 매출을 높이는 게 SK텔레콤의 당면 과제다.
KTF는 6월부터 시작한 3.5세대 이동통신인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화상통화가 가능한 이 서비스의 전국망을 내년 3월까지 구축해 SK텔레콤보다 앞서겠다는 것. 2세대인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도입 때 놓친 업계 1위 자리를 새로운 시장에서 노린다는 전략이다.
최근 3세대 이동통신협의체인 유럽형이동통신협회(GSMA) 이사회 멤버가 돼 국제적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조 사장은 1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3GSM 아시아의 기조 연설자로 나서 자사()의 HSDPA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10월 현재 가입자 690만 명으로 SK텔레콤(2000만 명), KTF(1270만 명)와 비교하면 여전히 열세인 LG텔레콤은 저렴한 요금제와 고객 서비스를 부지런히 발굴할 계획이다.
특히 내년에는 서로 다른 통신서비스를 한데 묶어 판매하는 결합 서비스가 허용될 전망이어서 계열사 간 협력이 중요해진다. LG그룹의 3콤을 한데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하는 임무가 정 사장의 어깨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