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Confidential).
20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성균관대 제1공학관. 이 학교 정보통신공학부 반도체시스템학과 1학년 후레쉬 맨 세미나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업에 쓰이는 슬라이드 자료마다 기밀 표시가 선명했다.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평가하는 기업 브랜드 가치에서 삼성은 2002년 83억 달러, 34위에서 올해 162억 달러, 20위로 올라섰습니다.
반도체시스템학과 학생 80명 앞에 선 강사는 삼성전자 인사부 현종훈 과장. 이 강의는 삼성전자 임직원 10여 명이 차례로 강사를 맡아 학생들에게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이다.
이 학과 1학년 박민주 군은 미래의 일터가 될 수 있는 기업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공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시스템학과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성균관대에 신설한 학과다. 전공과목의 절반을 삼성전자의 박사급 직원이 강의하고 3, 4학년 때는 삼성전자에서 실습하는 과정도 선택할 수 있다. 이론 중심인 여느 학과와는 교과과정이 다르다.
반도체학과 기계과 등에 위탁
삼성전자처럼 국내 주요 기업들은 대학에 주문형 교육과정을 설치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런 형식의 인재 교육은 산업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기업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대학은 대학대로 기업의 지원을 받고 취업률도 높일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대부분 장학금과 생활비가 지원되기 때문에 기업-대학-학생 3자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시스템학과 학생은 등록금(한 학기 약 400만 원)과 생활비(월 66만 원)를 지원받고 삼성의 직무적성검사(SSAT)를 통과하면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다.
석박사 과정까지 지원받으면서 연구를 계속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7월 과학고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수시 1학기 모집 경쟁률이 6.4 대 1이나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습 위주 교육 경쟁률 별따기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LG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만도, 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공계를 중심으로 주문형 인재 교육을 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국내 대학에서 운영하는 주문형 교육인 LG트랙 외에 글로벌 LG트랙 과정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명문 공과대학인 반둥공대(ITB)에서 지원자를 받아 고려대에 교육을 위탁했다.
주문형 교육과정을 거쳐 입사한 사원들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다. 자동차부품회사인 만도는 2004년 초 경북대 기계공학부 3학년 과정에 자동차 섀시 및 차량 동력학 등 5개 과목을 개설했다.
이 과정 수강생 15명 가운데 유학생과 휴학생을 제외한 9명이 올해 1월 만도에 입사했다. 이들에 대해 이 회사 인력개발팀 신종국 부장은 업무 적응 속도가 빠르다며 입사가 예정됐던 만큼 신입사원답지 않게 스스로 비전을 만들어내는 업무 태도도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폭넓은 교양을 쌓아야 할 대학에서 업무 중심의 교육만을 강조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이칠기 교수는 반도체시스템학과는 일반 공대와 달리 저학년 때부터 실습 위주의 전문 교육을 받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전공에 치우쳐 학생들이 교양과목 수강이 부족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