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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은 아무말 없다

Posted September. 19, 2006 06:54,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자신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8일 이후 18일 현재까지 10일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재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전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는 게 최선의 해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가타부타 말이 없다.

청와대 측은 19일 본회의가 있으니 지켜보자는 태도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청와대와 전 후보자 사이에 사퇴와 관련된 어떤 얘기도 오가지 않은 것 같다. 전 후보자가 청와대에 사퇴 용의를 밝혔다거나 청와대가 전 후보자에게 사퇴를 권유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전 후보자는 재판관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헌재에 출근하지도 않는다. 여권 주변의 얘기와 정황을 종합해 보면 전 후보자는 당장은 스스로 사퇴할 의사가 없는 듯 보인다.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이 13일 지명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 거취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1차 계기였으나 전 후보자는 그때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우윤근 의원은 전 후보자로서는 20년이 훨씬 넘은 법관의 명예가 실추된 측면도 있을 테고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전 후보자나 여야가 합의해 처리해 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 후보자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불명예 퇴진이라는 선택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전 후보자가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그의 침묵은 애초 새 임기 6년을 보장해 달라고 먼저 요구한 것도 아니고 결정적인 도덕적 흠결이 드러난 것도 아닌 만큼 스스로 퇴진할 수는 없으니 청와대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전 후보자의 처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여론도 안 좋아지고 있다.

자진 사퇴론의 핵심은 전 후보자가 위헌 시비와 자질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이미 헌재 소장 자격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헌재 재판관 가운데 헌재 소장을 임명하도록 한 헌법의 명문 규정에도 불구하고 전 후보자를 재판관에서 사퇴시킨 뒤 곧바로 헌재 소장 후보자로 지명해 국회에 임명동의안 처리를 요청했다. 전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해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전화를 받고 6년 임기의 헌재 소장이 되기 위해 헌재 재판관을 사퇴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지명 절차가 위헌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전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위헌 논란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뒤늦게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문제는 여기서의 절차 하자는 헌법 위반과 직결된다는 점. 그동안 청와대와 발을 맞춰 온 전 후보자도 위헌 논란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다른 공직 후보자라면 몰라도 헌재 소장에게는 치명적 결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석연 변호사는 헌법에 위배되는 임명 절차를 정치적 타협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헌재는 6년인 소장 임기 내내 정치적 중립성 문제로 흔들릴 것이라며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일반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내세워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관 길진균 yongari@donga.com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