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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무슨 일이

Posted July. 01, 2006 04:17,   

주한 외국인 자녀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목표로 8월 문을 열 예정인 용산국제학교의 운영권 변경을 둘러싸고 한국 내 외국인 사회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이 학교 재단이사직을 내놓고 주한 외국대사관들이 한국 정부에 집단적으로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 외교 문제로 비화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용산국제학교 설립을 위해 만들어진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은 2005년 이 학교 운영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서울영국국제학교(BISS)와 학교 운영 자율권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자 지난달 22일 미국계 기독교 학교인 국제크리스천학교(ICS)를 새 우선 협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동유럽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을 제외한 많은 외국인은 이미 교사()까지 확보해 둔 BISS를 갑자기 탈락시키고 미국계 기독교 학교를 선정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EUCCK는 지난달 28일 밤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측에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통보했다.

한 유럽 기업 관계자는 재단의 학교 운영주체가 갑작스럽게 바뀐 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을 제외한 미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등 23개국 대사관도 최근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 서울시 등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BISS의 우선협상자 탈락과 관련해 일부 외국 기업에서는 이를 문제 삼아 한국 발령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서울이 진정한 경제 허브로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면 운영자 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책임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 및 아시아 10여 개국 상공회의소도 다음 주에 경제부총리, 산자부 장관,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 등 정부 고위인사 8명 앞으로 항의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본보가 입수한 서한 초안에 따르면 이들 외국 상의는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특정 종교에 기반한 미국식 교육을 시키고 있는 현실에서 또다시 미국식 기독교 학교가 선정된 것은 학교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실망스럽다면서 우리가 수용할 만한 다른 학교를 찾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사관이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측은 공식 입장 표명을 않고 있지만 한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유대인 등 비()기독교인의 학교 선택 기회를 줄이는 것이어서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이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호민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사무총장은 재단의 학교 운영 관리 방침에 대한 입장 차로 협상이 무산된 것이라며 최종 계약이 끝나면 학부모들을 초청해 선정 배경과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겠으며 특정 종교 교육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ICS 홍보이사는 선정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했다며 43개국에서의 국제학교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의 국제학교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민영 유재동 havefun@donga.com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