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세트 진실게임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의 부인 신은경() 씨가 공천 희망자 측에서 받았다는 명품 선물을 둘러싸고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송찬엽)는 18일 성낙합(3월 사망) 전 서울 중구청장 부인의 인척 장모(58여구속) 씨의 구속 영장에서 장 씨가 1월 초 신 씨에게 건넸다는 명품 명세를 공개했다.

이들 명품은 박 의원이 3월 말 한나라당 클린공천센터에 접수시켰으며, 검찰이 지난달 한나라당에서 압수했다고 밝힌 것이다.

박 의원 부부는 언론을 통해 이들 명품이 공개되자 장 씨가 일방적으로 들고 온 것들로 애초 받을 의사가 없었다며 포장을 뜯거나 사용한 적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 부부는 장 씨의 영장을 토대로 명품 명세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장 씨가 허위로 주장한 선물 목록을 마치 우리가 받은 것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씨는 검찰에서 박 의원 부부가 명품을 받았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나라당에 제출한 것이라며 이때 사용한 물건을 비슷한 새 물건으로 바꿔 제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 측과 성 전 구청장 측은 정치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장 씨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의원 측이 이들 명품의 포장을 뜯었는지, 또 사용했는지가 진실 공방의 핵심이다. 이는 박 의원 부부가 애초 선물을 받을 의사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박 의원 측이 선물을 받은 시점과 당에 제출한 시점 간에 3개월 가까운 차이가 있다는 것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박 의원은 곧바로 돌려줄 경우 장 씨 측이 공천에 탈락한 것으로 생각할 것 같아 나중에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장 씨에게서 영수증을 제출받아 이들 명품이 당초 장 씨가 신 씨에게 건넨 것들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제는 장 씨가 검찰에 제출한 영수증이 간이세금계산서인 데다 장 씨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것들은 일련번호가 없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들이라는 점이다.

통상 고가의 명품은 일련번호가 붙어 있어 구입자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 경우는 확인이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박 의원은 장 씨가 주장한 명품의 가격도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 가운데 검찰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박 의원 부부에 대한 처벌 여부와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길진균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