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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현대차

Posted April. 20, 2006 03:00,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정몽구() 회장 부자()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60%) 전량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은 시시각각 조여 오는 검찰의 압박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을 통해 여론의 비판을 누그러뜨리면서 정 회장과 아들 정의선() 사장에 대한 선처를 간접적으로 호소하는 뜻도 깔려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최대 고민은 그룹 경영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정 회장 부자의 신병 처리 문제에 대해 검찰의 의중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편법 승계 논란 잠재우자

현대차그룹 발표의 핵심 내용은 정 사장과 정 회장이 각각 31.9%, 28.1%로 나눠 갖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 전부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한다는 것.

글로비스는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 승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계열사다. 따라서 이 회사 주식을 전량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이런 논란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여론으로부터 편법 경영권 승계라고 비판받아 온 글로비스 주식의 평가 차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 부자의 사재 출연 방침을 밝히면서 구체적 일정은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글로비스의 주가 폭락과 관련해 글로비스 주식 기부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총수 일가의 현금이나 다른 주식 등을 통해 사회 환원 금액을 1조 원으로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해 원가 절감을 이유로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를 인하한 데 대한 보상 및 지원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 따라했지만 효과는

현대차그룹의 발표는 삼성그룹의 2월 사회공헌 발표와 닮은 부분이 많다.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은 물론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요 임원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한 모습이나 일자리 창출 등의 대책이 모두 그렇다.

현대차그룹이 사외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구성안과 닮았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미국에 나가 있던 5개월간 숙고해 세부 방안을 내놓은 삼성과는 달리 현대차그룹의 사회공헌 발표는 큰 줄기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에 밝히겠다고만 했다.

총수 일가의 소환이 임박한 상황도 삼성보다 훨씬 절박하다.

반응은 엇갈려

전국경제인연합회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국민으로부터 따뜻하게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며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돼 현대차가 세계 자동차업계와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시점이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이번 일로 다른 기업의 사회공헌 스트레스가 더 커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불법 행위자들의 연이은 사회 환원 발언은 법치주의를 돈으로 흥정하려는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의 홍진표() 정책실장은 기업이 투자하고 고용하는 데 써야 할 돈이 압력에 의해 사회에 헌납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주성원 박정훈 swon@donga.com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