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조세연구원.
국책 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이 정부 사업을 부실하게 진행하고도 예산을 타 내기 위해 거짓으로 서류를 꾸민 것이 밝혀졌다.
세금과 관련이 없는 전직 장관을 초빙 연구위원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연구위원을 징계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내부자가 신고한 예산 낭비
직원 P 씨는 지난해 12월 국가청렴위원회에 조세연구원을 신고했다.
조세연구원이 예산을 낭비했고 2001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고도 문제를 바로잡지 않은 만큼 재조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신고서는 최근 감사원으로 넘겨졌다.
200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세연구원은 1999년 6월 정보통신부가 발주한 조세재정정보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을 49억6350만 원에 수주했다.
이 사업은 국가별 조세법령 해외논문 생활정보 통계연보 기사색인 등 5가지 내용을 DB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금제도를 번역해 6만 쪽 분량의 자료를 만드는 조세법령 구축 작업. 실제로 구축된 자료는 1만 쪽에도 못 미쳤고 이 중 2000쪽은 번역이 필요 없는 한국 법령이었다.
그런데도 2000년 4월 조세연구원은 5개 DB 구축을 끝냈다는 확인서를 정통부 산하 한국전산원으로 보냈다. 이때 연구원 실무자는 원장 직인을 위조했다.
감사원은 조세연구원과 한국전산원에 책임자를 징계한 뒤 사업을 보완하거나 사업비를 반환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세연구원은 원장 직인을 위조한 실무자 L 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다른 책임자에게는 주의만 줬다.
조세연구원은 DB 소유권이 한국전산원에 있어 지금은 DB를 보완하기 어렵다고 한다.
손원익() 연구조정실장은 조세법령 DB를 제외한 다른 4개의 DB 구축 물량이 목표량보다 많은 만큼 인건비는 합법적으로 지출된 셈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국공공연구전문노동조합 송형범()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문제를 고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사 체계도 문제
2004년 이후 조세연구원에 머물다 간 초빙 연구위원은 모두 7명. 이 가운데 4명은 정부 부처의 장차관이나 실장을 지낸 고위 관료 출신이다.
초빙 연구위원은 대부분 임기 내에 연구 과제를 마치지 못해 다른 연구원들이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월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초빙 연구위원으로 영입했을 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반면 정부 정책에 쓴 소리를 한 연구위원은 징계를 받았다.
노영훈()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한 뒤 1년간 연구 활동을 못하게 됐다.
올해 초 최용선() 조세연구원 원장은 원내 세미나에서 노 연구위원이 논문을 발표하려고 하자 이를 막고 논문이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조세연구원은 2001년에도 공적자금의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발표하지 못하게 한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