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A대 컴퓨터학과 교수들은 제자들이 열어 주는 사은회 대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제자들을 위해 조촐한 환송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교수는 10명이나 참석한 반면 주인공인 졸업생은 90여 명 중 겨우 5명만 나타났다.
이날 환송회에 참석한 한 교수는 형식적인 사은회를 하고 싶지 않아 교수들이 일부러 졸업생 환송회를 준비했는데 학생이 너무 적어 허탈하고 민망했다고 말했다.
B대 전기공학과의 한 교수는 며칠 전 열린 사은회에 갔다가 마음만 상해 돌아왔다.
사은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기분 좋게 찾아간 식당엔 교수 9명과 졸업생 50명 중 5명만이 와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대학 게시판과 캠퍼스 곳곳에는 사은회 안내 포스터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엔 졸업파티, 졸업여행 등의 포스터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은회가 사라지는 이유는 학부제로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생과 교수 간 유대관계가 느슨해졌고 복수전공과 부전공 확대로 전공과에 대한 소속감이 예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의 한 여대를 졸업하는 이모(24) 씨는 강의만 들었을 뿐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학과 교수가 거의 없다며 과 학생회에서 사은회 참석 여부를 조사했는데 대부분 가지 않겠다고 해서 사은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높은 실업률과 적지 않은 행사 비용도 학생들이 사은회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박모(27) 씨도 사은회 비용으로 최소한 3만5만 원은 내야 하는데 친하지도 않은 교수님과 한 번 식사하는 데 그 정도의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며 또 취업도 아직 못한 상태에서 교수님을 뵙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