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들이 평소 어떻게 사는지는 보통 사람들이 늘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의 백악관이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 것도 주인이 세계 최고의 권력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악관 경내 관광은 911테러 후 무척 까다로워졌다. 미국인들도 자신의 지역구 하원의원을 통해 미리 신청해야 백악관의 132개 방 중 몇 곳을 구경할 수 있다. 오픈 하우스는 대통령 취임식 때나 기대할 수 있다.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 3주년(25일)을 맞아 오픈 하우스를 준비 중이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학자, 작가, 칼럼니스트, 전현직 출입기자 등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청와대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느끼게 하겠다는 것이다. 인원은 한번에 3040명으로, 이들에겐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영빈관, 상춘재 외에도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비서실, 경호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까지도 보여 줄 계획이라고 한다.
여느 대통령들처럼 노 대통령도 그동안 청와대 내부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출입기자들도 공식적으로는 겨우 세 차례 안에 들어가 봤다고 한다. 따라서 오픈 하우스 결정을 놓고 집권 후반기에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달라질 것이라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마침 노 대통령은 북악산 개방(4월 예정)을 앞두고 12일 시민들과 함께 이 산을 오르면서 (이처럼 좋은 북악산을) 혼자 누리는 게 미안해 개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배산() 격인 북악산은 1968년 121사태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돼 왔다. 청와대에 이어 북악산도 열린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열려야 할 것은 노 대통령의 마음이다. 마음을 열고 싫은 소리, 싫은 사람 가리지 않고 듣고, 품어야 한다. 청와대를 백번 개방한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듯이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적격 장관 내정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그런 닫힌 마음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 있겠는가. 말과 행동이 달라서야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