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검찰 간부 인사에서 사법시험 동기인 황교안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승진에서 탈락하고 박영관 광주지검 차장은 승진했다. 예상됐던 일이지만 공안()검사의 몰락도 확인됐다.
지난해 황 차장은 강정구 교수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했다며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박 차장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병풍()사건 수사를 총괄하면서 편파성 논란을 낳았다. 그런데 황 차장은 검찰 내부의 승진 유력 평가에도 불구하고 검사장급 승진에서 탈락했고, 박 차장은 승진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과거의 부실수사는 꼭 문책해야 한다며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 인천지검장 시절의 대상그룹 비자금 사건 부실 수사를 문제삼아 좌천성 전보인사를 관철했다. 그러나 병풍 사건이 대부분 조작이었다는 법원의 판결이 이미 나왔음에도 이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했던 박 차장은 승진했다. 박 차장은 2002년 7월 당시 서울지검 특수1부장으로 있으면서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정치적으로 수사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 차장은 당시 이해찬 의원에게 (병풍)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분위기를 잡아달라고 말한 사실도 드러났었다. 검찰총장이 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며 그의 보직 변경을 법무장관에게 요구했을 정도였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의 판결로 병풍은 정치적 사기극임 확인됐다.
황 차장의 탈락은 공안검사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인식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정권 실세()들이 공안검사에 대해 적의()를 품어왔음은 다 아는 일이다. 물론 일부 정치 검사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공안 검찰의 역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인사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황 차장은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 수사에서도 여권의 주문을 무시하고 김대중 정부 시절의 국정원장 두 명을 구속했으니 이번 인사에 정치권의 보복 의지가 반영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