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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남 지령통신

Posted November. 26, 200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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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01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4년여 동안 남한에 내려 보낸 비밀통신이 670건에 달한다고 국가정보원이 그제 국회에 보고했다. 월별 평균을 내면 10건 정도가 되지만, 적발된 것만 그렇다는 것이어서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지난해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북이 국내 고정간첩이나 친북() 지하조직에 보내는 지령으로 추정되는 통신이 매년 8만 건 안팎이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

앞에서는 민족 공조를 외치고 뒤로는 적화()통일을 위한 대남() 침투, 선전, 선동술의 일환으로 비밀지령이나 보내고 있으니 그 이중성이 새삼 가증스럽다. 국정원은 이 기간에 검거한 간첩이 모두 13명이라고 했다. 한 해 평균 3명 남짓을 잡은 셈인데 북의 대남 전술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도 실적으로 과연 간첩 검거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 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못 잡은 것인가, 알고서도 안 잡은 것인가.

625전쟁 때 빨치산으로 국군 5명을 살해한 비전향 장기수 김영승(70) 씨는 7월 금강산에 다녀온 후 한 인터뷰에서 평양에 가 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남쪽에 남아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남아서 하겠다는 일은 무엇일까. 그와 같은 사람에게도 북의 지령은 내려갈까. 김 씨는 당국의 보호관찰처분 대상자이므로 지령을 받기까지야 하겠는가마는 남한 사회의 다른 친북() 동조자들은 과연 어떨까.

독일 연방정보국(BND)은 통일 후 구()동독 정보기관인 슈타지의 문서를 통해 분단 시절 동독 정권에 협력했던 서독인 비정규 정보원 2만여 명을 적발했다. 비정규 정보원이란 신분을 드러내지 않은 채 곳곳에서 서독 정부의 대()동독정책에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로, 바꿔 말하면 비정규 간첩이다. 이들은 결국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우리도 훗날 통일이 되고 난 후 평양의 문서보관소에 나온 비밀문서를 통해 북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으란 법이 없고 보면 걱정스럽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