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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전국정원차장 왜 자살했나

Posted November. 22, 200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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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서일까.

이수일(호남대 총장)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자살 이유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자살 동기를 알 수 있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이 전 차장 진술의 비중에 대한 검찰의 설명이 이 전 차장 자살 전과 후에 상반돼 자살 이유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의미 있는 진술 많이 했다 vs 비중 있는 인물이 아니다=이 전 차장은 세 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신건() 전 국정원장의 도청 개입 혐의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차장이 3차 조사를 받은 직후인 15일 임동원(), 신건 전 원장이 구속됐다.

이런 점에서 이 전 차장이 상관의 혐의를 모두 털어놓은 데 대한 자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정치권의 압박도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동교동계나 민주당 측에서 왜 우리 정부 사람들만 윗사람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 이 전 차장에게는 심리적 압박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이 이 전 차장 자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 전 차장의 진술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말한 것도 의문을 더한다. 이 전 차장이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낄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11월 4일 2차 소환 직후 우리가 의미 있는 진술을 많이 받았다고 공식 브리핑에서 밝힌 것과 상반된다.

이 전 차장이 검찰 수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자살을 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인들, 전혀 자살 예견 못했다=이 전 차장은 자살 직전 평소 친분이 있었던 몇몇 정치권 인사들과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장은 지난주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중고교 동창으로 한 전 대표가 대통령비서실장 재직 시절 이 전 차장을 발탁했다. 한 전 대표는 며칠 전 통화할 때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는데. 독한 사람이라며 침통한 표정이었다고 한 전 대표 측 인사는 전했다.

서울대 법대 동기로 친하게 지냈던 현경대() 전 의원도 18일 이 전 차장과 통화했는데 목소리에 영 힘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자살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서 있나 없나=경찰은 이 전 차장이 숨지기 전 자신의 심경을 정리한 유서를 남겼을 것으로 보고 아파트와 호남대 총장 집무실을 샅샅이 조사했으나 21일 오후까지 메모 한 장 발견하지 못했다. 평소 사용하던 컴퓨터도 조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가족은 이 전 차장이 검찰 수사로 힘들어하긴 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줄은 몰랐다며 죽음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부인 박모(57) 씨는 경찰에서 13일 가족과 함께 청계산 등산을 하던 중 괴롭다는 말을 했지만 다른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위에선 평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 깨끗이 죽음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