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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통일부 관계자

Posted November. 12, 200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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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10일까지 금강산에서 열린 제12차 남북이산가족상봉행사 기간에 통일부 관계자가 남측 기자들에게 북측에 대한 부당한 사과를 종용하는 등 부적절한 언동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산가족상봉행사 공동기자단에 따르면 상봉행사에서 북한 측은 1987년 납북된 동진호 선원의 가족 상봉에 관한 보도에 대해 납북이란 표현을 문제 삼아 방송의 송출과 취재를 저지했다.

통일부 소속 홍모 심의관은 8일 이 사건과 관련해 남한 기자들에게 우리 기자단이 사과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공동기자단 관계자는 홍 심의관이 남한 기자단이 납북이란 표현을 써서 북측을 자극했으므로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남한 측의 사과를 종용했다고 밝혔다.

홍 심의관은 또 9일 오전 공동기자단 일부 관계자에게 북측은 이런 식으로 우리(남한 측)가 나오면 행사를 진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취재를 못하면 우리 기자단만 손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기자들은 기사화된 납북이란 표현은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도 공식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사과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 관계자가 정부의 공식 용어인 납북이란 표현의 사용 여부에 대해 상부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등 북측에 시비의 빌미를 만들어 줬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은 또 납북된 선원 가족의 상봉이 예정돼 있던 상황에서 북측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하기는커녕 정당한 우리 정부의 입장조차 제때 정확히 전달 못한 것은 문제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한편 홍 심의관은 방북하기 전 공동기자단에 울고 짜는 이산가족 모습은 식상하니 밝은 모습의 미담 기사를 적극 발굴해 달라면서 보도 기사를 평가해 언론 관련 기관에 추천해 주겠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재영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