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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 삭감 제대로 하라

[사설] 한나라당은 내년 예산 삭감 제대로 하라

Posted November. 09,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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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221조4000억 원 가운데 8조9000억 원을 삭감하기로 어제 잠정 확정했다. 22조 원의 주요 국책사업비에서 10%씩 깎아 2조2000억 원, 문제사업에서 1조 원을 삭감하는 등의 내용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안에서 벌써부터 딴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도부는 과감하게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의원들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감세의 경기 진작 효과가 미흡하다고 정부 여당 논리에 동조하거나 삭감 목표를 낮춰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 예산 챙기기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흐르면 한나라당은 정부 예산안에서 8조 원 삭감을 외치다가 결국 6000억 원 삭감에 타협했던 지난해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정부가 혈세를 흥청망청 낭비한 사례가 드러날 때마다 국민은 이에 분노했음을 한나라당은 알 것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조차 발언 의도는 다른 데 있었더라도 각 부처 예산에 5% 이상의 낭비 요인이 있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생각한다면 불요불급하거나 낭비성이 짙은 재정지출을 최대한 줄이도록 정부와 여당을 압박해야 한다. 여기서 제대로 성과를 내야 감세도 가능하고, 국민의 세금 부담 경감과 함께 민간부문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만약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당 및 다른 야당과 야합해 자신들의 지역구 관리용으로 선심 예산 나눠 챙기기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그러라고 올 4월 재보선과 10월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긴 것이 아니다. 국정이 서툴기 짝이 없으면서도 세금 쥐어짜 재정을 방만하게 관리하는 정부 여당을 철저히 견제하라는 것이 민의()다. 한나라당이 국민을 진실로 섬긴다면 어떤 예산항목에 대해서도 대충대충 넘어가거나 여당과 갈라 먹기 식으로 예산의 거품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한나라당이 수권() 정당의 자격이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