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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맞춤 교육

Posted October. 27, 200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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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전자디자인고교는 매년 졸업생 취업률 100%를 자랑한다. 26일 현재 3학년 취업반 학생 108명 중 100명이 대기업에 둥지를 틀었다. 대학 졸업자 60%만이 6개월 이내에 첫 일자리를 확보하고 전국에서 33만 명의 청년 실업자가 한숨짓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적에 가깝다. 정순규() 교장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기른다고 학생과 기업의 궁합 맞추기 비결을 말한다. 교사들은 기업을 수시로 방문해 기업의 요구사항을 파악한 뒤 실습시간 등을 통해 필요기술을 가르친다.

대기업들은 실무처리 능력이 부족하다(42%), 재교육이 필요하다(69%) 등 신입사원에 대한 불만이 크다. 삼성전자는 매년 6000명의 이공계 신입사원 재교육비로 800억 원 이상을 쓰는 형편이다. 그러나 대전전자디자인고 출신은 다르다. 정 교장은 1학년생들에게 3년 후 필요해질 기술도 교육시킨다. 5년 후 제품 개발 계획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이렇게 교육받은 학생들은 취업 후 곧바로 업무에 투입된다.

기업과 학교가 손잡는 산학()연계, 맞춤형 주문식 교육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대만 반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신주과학공원원구()도 그 현장이다. 유럽의 명품 산지에는 그 제품을 집중 연구하는 대학이 있다. 미국의 지역사회 대학들은 지역 산업체가 요구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해마다 교과과정을 바꾼다. 인턴 과정도 산학연계의 산물이다.

지난달 충북 금왕공고와 주성대, 하이닉스반도체가 맞춤 교육 협약을 맺었다. 실업고, 전문대, 기업체 3자 협력의 첫 모델이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부문은 고려대 한양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 정보통신트랙이라는 1년 단위 교과과정을 내년 초에 개설한다. 삼성은 원하는 인재를 길러 달라며 각 대학에 5년간 7억 원씩 지원한다. 이 트랙을 이수한 학생은 삼성에 우선 채용된다. 현대자동차, LG전자, 만도 등도 대학이나 대학원에 주문형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맞춤 교육으로 취업문 뚫기는 한국 고용시장의 새 트렌드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