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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거소 투표

Posted October. 13, 20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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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궐선거의 투표율은 대체로 낮다. 올해 430 재보선의 투표율은 33.6%로 총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전국 규모 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낮은 데다 임시 공휴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총유권자의 10% 지지만 얻고도 당선되고, 이는 곧 당선자의 대표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8월 여야가 재보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것이 투표소에 가지 않고 하는 거소()투표 확대다.

종래의 거소투표는 특수지에 근무하는 군인과 경찰,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나 장애인 등에게만 한정됐다. 1026 재선거는 거소투표가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확대되는 첫 선거다. 누구든 부재자() 신고만 하면 거주지에서 투표할 수 있고, 투표용지를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잘만 운용하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재선거에서 거소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대구 동을 2513명, 울산 북 1394명, 부천 원미갑 2635명, 경기 광주 2161명이다.

하지만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투표 과정을 감시하는 장치가 없어 대리투표나 매표()의 소지가 적지 않다. 유권자가 제3자 앞에서 투표를 할 수 있어 헌법의 비밀투표 조항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일부지역에서 부재자신고를 하거나, 투표용지를 받아서 갖다 주면 5만 원을 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선거법을 개정할 때는 아무 말 없다가 뒤늦게 큰일 났다는 격이니 딱한 노릇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리투표를 추적하는 등의 대책을 급조해 내놓고 있지만 거소투표의 문제점을 다 제거할 수 있을까. 솔직히 걱정이 많다는 게 선관위 박기수 사무총장의 말이다. 유권자가 자신의 표를 철저히 지켜 내는 수밖에 없다. 대리투표나 매표의 낌새가 있다면 곧바로 신고해 관련 후보가 당선된 뒤라도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거소투표 확대는 이제라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불법 선거가 원인이 돼 치러지는 재선거에서 또 불법이 당락()을 좌우해서야 될 일인가.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