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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교류와 대한민국의 국기

Posted October. 12, 200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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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통일기행 행사에 맞추어, 간첩 경력을 가진 10명이 통일부로부터 방북 승인을 얻었고 이중 5명이 북에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노동당 당원으로 남파 간첩이었다. 6.25 전쟁 때 한국군 진영에 침투해 국군을 5명이나 살해한 사람도 들어있다. 법무부와 국가정보원이 방북 불허 의견을 냈으나 무시됐다.

지난달과 이달에는 북한 체제선전극 아리랑 공연을 보기 위해 방북을 신청한 520명에 대해 통일부는 법무부로부터 의견조회 결과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승인했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북교류의 실상이다. 국가 정체성()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위신도, 법과 원칙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인적 교류도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국기()를 흔들어선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라는 헌법정신과 국가 기본질서를 흔들면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통일부는 위법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방북 승인권자는 통일부장관이고 관계기관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모든 법과 그 운용은 상위규범인 헌법에 기속()된다.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를 이미 했고, 앞으로도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방북을 불허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한다.

이제 모든 혼돈에 대해 짚고 넘어갈 때가 됐다. 남북관계는 제도와 상호신뢰의 기초 위에서 가꿔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포용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국무총리는 인공기를 훼손하는 사람은 엄벌에 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축구경기장에선 태극기조차 흔들지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대규모의 비료와 식량을 주고 전력까지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북이 달라진 게 뭔가. 올해를 주한미군 철수의 원년으로 삼겠다면서 남측의 동조세력을 부추겨 한국과 미국을 이간시키고, 민간기업의 인사에 대해서까지 협박하고, 관광 대가를 더 받으려고 남측 기업끼리 경쟁시키는 게 변화인가. 남북대화 소식이 들리면 이번에는 또 뭘 주려고 그러는가 하는 생각부터 드는 국민이 한둘이겠는가.

더 심각한 것은 이 정권의 편향된 대북관()과 안이한 민족우선주의가 사회 전체를 시대착오적인 좌경화 바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맥아더 동상 철거 시위가 벌어지고, 얼치기 지식인이 국가 정통성을 부인하는 발언으로 실정법을 어겼는데도 집권당 의장이라는 사람이 사법처리에 반대한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어쩌다가 좌익 친북세력의 선동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되고, 이를 비판하는 보수 우익의 목소리는 반() 민족적 죄악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됐는가. 오죽하면 적화()는 이미 됐고 통일만 안 됐다는 자조()의 소리가 나돌겠는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대북정책의 진보성과 건전성은 다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건강한 남북관계다. 국제적 규범과 호혜의 정신에 따라 서로가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교류 협력하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대북정책의 진보성으로 우리 내부의 건전한 비판을 역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정일 정권에 관대한 것이 진보적이고 도덕적인가. 북의 인권에 침묵하면 진보이고, 할 말을 하면 수구 꼴통인가.

법과 원칙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벌()과 보상의 원칙을 확고히 세워야 한다. 그것이 입에 쓴 약처럼 북한을 돕는 길이다. 교류 협력에도 시장경제의 원칙이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어제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언급했다지만 대북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대권도전에 활용하려는 구태()부터 버려야 한다. 노 대통령은 대북교류를 둘러싼 국기 문란행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