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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란게 있었어요?

Posted October. 08, 200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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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4명이 한글날을 모르다니.

7일 오후 연세대의 한글물결 동아리방. 회원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집계하다 점차 얼굴이 어두워졌다. 제559돌 한글날(10월 9일)을 앞두고 연세대생 618명을 대상으로 4, 5일 이틀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5%인 276명이 한글날을 5일이나 7일로 잘못 알고 있었던 것.

한글물결 반진혁(23) 으뜸빛(회장)은 공휴일도 아닌 한글날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반문하는 학생이 많았다면서 외국에선 한글 열풍이 분다는데 학생들이 한글날조차 모른다니 우울하다고 말했다.

공대 MT(멤버십 트레이닝) 간다. 만이(많이) 와서 참석해 주세요. 즐겁게 OT(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갔다오삼(갔다오세요).

서울시립대생 조모(28) 씨는 학교에 내걸린 현수막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채팅 용어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 그는 요즘 학생들은 맞춤법이나 문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개성이나 재미로 생각해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채팅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이에겐 천대받는 한글이 아시아 지역에선 귀빈 대접을 받고 있다. 한류 열풍으로 외국 청소년들 사이에 한글 배우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제9회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는 25개국 2만6569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51% 늘었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외국인 및 재외동포들의 한국어 사용 능력을 측정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이 점수는 국내 대학 유학 및 취업에 활용된다.

중국인 응시자는 지난해 2738명에서 올해 6002명으로 119%나 늘었고 베트남인 응시자도 660명에서 1278명으로 94%가 느는 등 아시아 지역 응시자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시험을 실시하는 나라도 지난해 16개국에서 올해 대만 필리핀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9개국이 증가한 25개국.

하지만 한국 젊은이들에게 한글 공부는 따분한 취업공부로 전락했다. 올해 7월 KBS가 실시한 제3회 한국어능력시험의 응시자는 1만3071명. 이 가운데 87%가 취업연령대인 20대였다.

취업준비생인 한동대 졸업생 공웅조(27) 씨는 점수를 올리기 위해 암기 위주로 공부하다보니 시험이 끝나면 곧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 채용사이트 관계자는 대졸자들이 자기소개서에 채팅 용어를 빈번하게 쓰고 쉬운 맞춤법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최근 기업체가 지원자의 한글 실력을 보려는 것도 이들의 한글 구사 능력에 의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전국 4년제 대학의 한글 동아리도 4, 5년 전 30여 개에서 현재 10여 개로 줄었다.

건국대 염기석(22) 동아리연합회 회장은 한글 동아리인 한말글사랑터는 정원 20명을 채우지 못해 없어졌지만 외국어 동아리는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정세진 동정민 mint4a@donga.com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