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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스탠드의 영파워

Posted September. 22, 200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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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과 현대의 경기가 벌어진 20일 저녁 서울 잠실야구장. 포스트진출 팀이 모두 가려졌고 평일이어서 관중은 올 시즌 두산의 홈경기 평균인 9945명에 크게 못 미친 3731명에 불과했지만 홈 관중석의 응원전은 마냥 뜨거웠다.

김미선(24회사원) 씨는 지난해부터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진 새내기 팬. 김 씨는 1년 전 사촌들과 처음 와본 뒤 너무 재미있어서 최강 베어스라는 온라인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 중이라며 한 달 평균 대여섯 번은 경기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두 달 전 남자친구를 따라 처음 야구장에 와봤다는 조희진(24) 씨도 야구가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인지 몰랐다며 요즘은 데이트 장소로 극장보다 야구장을 애용한다고 했다.

야구장에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롯데 서포터스 모임인 거인 포에버의 대표 김정환(36회사원) 씨는 매년 홈경기는 빼놓지 않고 관람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젊은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띈다고 전했다.

프로야구 관중은 1995년 총관중 540만6374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33만 명으로 경기 수가 378경기 이하였던 1989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20일 현재 331만 명으로 1997년(390만 명) 이후 8년 만에 최다 관중 몰이를 하는 중이다.

갑작스러운 관중 증가의 주원인이 최근 들어 종적을 감췄던 젊은 층의 재등장이란 사실은 고무적이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온라인 게임의 대유행, 멀티플렉스 극장의 확대로 상징되는 영화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등과 맞물려 야구장을 외면했다는 것이 구단 마케팅 관계자들의 분석.

그렇다면 이들의 컴백 이유는 뭘까.

20일 잠실에서 만난 스무 살 동갑 대학생 커플 백승찬 주재림 씨. 백 씨는 하늘이 보이는 탁 트인 공간이 좋다고 했고, 주 씨는 함께 응원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SK 팬들의 온오프라인 모임인 비룡천하의 응원단장 이윤승(19대학생) 씨도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에서 느꼈던 짜릿한 동질감을 다시 맛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구단에서 전광판을 활용한 이벤트, 5회가 끝난 뒤 클리닝 타임 공연, 무료입장 이벤트, 특정일 입장권 할인 등 최근 몇 년간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한 것도 젊은 층에 어필했다.

여기에 4년 연속 꼴찌였던 롯데의 돌풍 등 하위 팀의 전력 상향 평준화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

LG 마케팅팀의 황우석 과장은 올해는 가히 롯데 효과라 할 만하다며 롯데와 홈경기를 치르면 관중의 절반 정도는 롯데 팬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