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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전 엄마

Posted August. 22, 200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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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는 아들이 있다. 엄마는 아들에게만 매달린다. KBS 2TV 주말드라마 부모님전상서의 갈등 구조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관계에 따라 농도는 다르다. 아빠는 밖으로 돈다. 엄마의 어머니는 딸이 불쌍하고 사위가 밉다. 아빠의 어머니는 아들이 불쌍하고 며느리가 밉다. 갈등 끝에 부부는 이혼하지만 드라마답게 가족의 끈끈한 정을 깨닫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현실도 대체로 이 드라마와 닮았을까.

이라크전쟁에서 해병 아들을 잃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크로퍼드 목장 앞에서 열이틀째 1인 시위를 벌이던 신디 시핸 씨가 현장을 떠났다. 일흔네 살의 친정어머니가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서다. 반전() 엄마 평화 엄마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큼 강인한 모성을 보인 그였다. 그래도 늙은 어머니에게는 그저 불쌍한 내 딸이었을 게다. 물론 로스앤젤레스 병원으로 가면서 어머니 병세가 좋아지는 대로 시위를 계속하겠다고는 했다.

홀로 시위를 벌이는 사이, 고교 때 연애로 만나 28년을 함께 산 남편이 이혼소송을 냈다. 타협할 수 없는 차이 때문이라지만 전사한 아들에 대한 정부 보상금과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서란 말도 나온다. 시댁 식구 일동은 우리는 이라크 파견 미군과 대통령을 지지하며 신디의 정치적 동기와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e메일을 지역신문에 보냈다. 작은아들까지 엄마가 돌아와야 한다고 인터뷰했다.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자식 낳은 엄마가 아닌 그들은 모성을 이해할 수 없었을까.

시핸 씨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오만한 왕과 맞선 고대 그리스 비극 속의 안티고네 같다, 그의 시위가 미군 철수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등등 찬사의 물결이 흐르는 반면 순수하게 볼 수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가치관, 각자의 처지와 환경에 따라 가족이라도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구도 혼자 옳다고 하기 어렵다. 이것이 현실 세상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