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이겨라, 스님도 이겨라

스님과 신부님이 지도하는 두메산골 어린이 축구팀이 종교의 벽을 뛰어넘어 화합한다는 내용을 담은 가족영화 보리울의 여름(2003년 개봉).

종목은 축구에서 족구로, 스님과 신부님은 감독에서 선수로 바뀌었지만 승패를 떠나 화합하는 영화 속 아름다운 모습이 현실에서 나타났다.

7일 오전 10시 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둔치 족구경기장.

네트를 사이에 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오대산 월정사 스님 4명과 천주교 춘천교구 소속 신부님 4명이 한판 승부를 벌였다.

이 경기는 월정사가 올해 2회째 주최한 월정사 주지배 평창군 족구대회의 시범경기로, 월정사 스님들의 도전을 신부님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이뤄지게 됐다.

월정사 스님들은 4월에는 지역의 목사님들과 축구 실력을 겨루기로 했다가 목사님들의 사정으로 아쉽게 취소된 적이 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스님들은 승복을 입은 채로, 신부님들은 반바지를 입기는 했지만 윗도리는 사제복을 입고 열띤 승부를 벌였다.

월정사 주지인 정념 스님은 4계절 즐겨 신는 털고무신에 밀짚모자를 쓰고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월정사 스님들은 4월 평창 지역 유지들과 축구경기에서 2 대 0으로 이기고, 지난해 족구대회에서는 강팀인 평창군 족구연합회원들과 접전을 벌일 정도의 실력을 갖췄으나 신부님들의 실력도 이에 못지않았다.

1세트는 신부님들이, 2세트는 스님들이 이겼으나 마지막 3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6 대 14로 신부님 팀이 승리했다.

그러나 양측은 승부에 관계없이 경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경기가 끝난 뒤 서로에게 시원한 냉수를 건네며 격려했다.

월정사 박재현() 종무실장은 스포츠를 통해 다른 종교와의 벽을 허물고 지역주민들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경기를 마련했다며 내년에도 신부님과 족구 승부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창순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