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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히르

Posted July. 16,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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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연금술사를 쓴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새 소설 오 자히르가 우리말로 옮겨져 나왔다. 갖가지 평이 엇갈리는 이 작품의 의미를 신세대 대표 작가인 김연수 씨의 서평을 통해 알아본다.

오 자히르의 도입부에는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이타카라는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에는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길 기대하지 마라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은 소설의 주제를 집약적으로 보여 준다. 즉 오 자히르는 21세기판 오디세우스다. 오디세우스가 페넬로페가 기다리는 이타카를 향해 먼 여행에 나서듯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를 찾아 카자흐스탄까지 찾아 간다. 그 여로에서 주인공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건 당연하다.

여기까지 말하면 오 자히르는 현대판 우화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코엘료에 따르면 이슬람 전통에서 비롯된 자히르는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하게 되면 서서히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 나가 결국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사물 혹은 사람을 말한다. 이 소설에서는 자히르란 사라진 주인공의 아내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혹은 우리 내면에 깃든 신성일 수도 있다. 그것이 말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지금까지의 너이기를 그만두라. 그리고 너 자신이 돼라.

하지만 소설가인 주인공의 말처럼 메시지는 중요하지 않다. 모든 소설은 압축되기를 거부하니까. 코엘료가 뉴에이지 소설가로 구분되는 만큼, 이 소설에도 그런 요소는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오직 현재뿐이지요. 그들이 늘 행복한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나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전사들이 모닥불 주위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시대로 돌아가야 해요 같은 문장들이다. 이 문장들은 뉴에이지 관련서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코엘료의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오 자히르 역시 문학서를 가장한 자기 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에는 현대인에게 중요한 문제들이 줄기차게 등장한다. 코엘료는 결혼 제도의 합리성, 진정한 사랑의 의미, 금전과 행복의 상관관계 등을 거론한다.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 이번에도 독자들은 오 자히르가 묻는 질문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질문의 대답으로 코엘료는 유목민의 생활을 거론하며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스텝까지 찾아간다. 스텝에서는 누구나 잘 짜여 있던 모든 것은 혼란에 빠지고 확고한 진실로 여겨졌던 것들은 모두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코엘료는 대단히 질문을 잘 던지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답도 아주 잘했다. 그가 말하는 유목이라는 개념은 너무나 매력적이고도 도발적이다. 책에는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를 만난 오디세우스가 어떻게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는지 인용했다. 유목이 모든 질문의 답이 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우리는 아무도 아니다. 우리 자신일 뿐이다. 본문 중에는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도 있는데, 잘 찾아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