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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업그레이드

Posted May. 23, 2005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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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53호이자 국견()으로 사랑받아 온 진돗개가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단체인 영국 케널클럽(Kennel Club)에 공식 등록됐다. 이로써 진돗개는 셰퍼드, 그레이하운드, 콜리, 푸들 등 세계적인 명견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진돗개의 산실인 전남 진도에서는 고가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반기고 있다. 또 혈통 보존과 우수 품종 생산을 위해 진돗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표준화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명견 반열에 오른 진돗개=영국케널클럽은 미국케널클럽(AKC), 세계애견연맹(FCI) 등과 함께 세계 3대 개 등록기관으로 1873년 설립돼 역사가 가장 길다.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는 이 클럽에는 세계 각국의 개 196종이 등록돼 있다.

케널클럽 측은 진도군이 보낸 진돗개가 지난해 새끼 6마리를 낳자 유전자 분석 등 고유 품종 검사를 거쳐 이번에 독립 품종으로 인정한 것. 이에 따라 진돗개는 내년부터 개들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크러프츠 쇼 경쟁 부문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진돗개는 또 7월 FCI 등록도 앞두고 있다. 현지 실사 등 승인 절차가 마무리돼 7월 5일 아르헨티나 FCI 총회에서의 공식 발표만 남은 상태다.

윤창호() 진돗개시험연구소장은 전 세계 174종이 등록돼 있고, 3대 애견클럽 중 등록이 가장 까다로운 AKC는 2008년 가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돗개의 경제학=진도군에서 사육하고 있는 진돗개는 4월 말 현재 1만2882마리. 이 중 5998마리가 천연기념물로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나머지는 생후 6개월 미만으로 아직 천연기념물 심사를 받지 않았거나 심사에서 탈락한 개들이다.

진도군 전체 1만5800가구 중 5가구 가운데 1가구꼴로 진돗개를 기르고 있다.

진도에서 태어난 개들은 생후 6개월이 되면 의무적으로 진돗개공인심사원으로부터 머리, 체형, 꼬리, 이빨 등 24가지 항목에 걸쳐 심사를 받는다.

진돗개가 외부로 반출되는 경우는 두 가지. 생후 3개월 이하이거나 심사에서 탈락하면 외지 판매가 가능하다. 주민들이 진돗개로 연간 벌어들이는 수입은 50억60억 원. 값은 3개월 이하가 20만70만 원, 심사에서 탈락한 개는 10만12만 원에 팔리고 있다.

이번 영국 케널클럽 등록으로 해외에서 마리당 10002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진도군의 설명. 또 우수 품종을 생산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혈통서를 첨부하면 1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혈통 관리가 관건=진돗개는 생후 3개월 이내의 강아지가 심사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반출되면서 때때로 혈통시비가 제기돼 왔다.

진도군이 이런 시비를 불식시키고 고유 품종을 선발하기 위해 1998년부터 진돗개 표준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사육 중인 진돗개에 생일, 생김새, 주소, 합격점수 등 정보가 담긴 10개 숫자의 고유번호 전자 칩(길이 2mm)을 목덜미 피하 조직에 이식해 관리하고 있다.

이계웅() 진돗개시험연구소 수의사는 지금까지는 일종의 출생신고서인 견적증명서를 발급했는데 2008년부터 순종임을 확인할 수 있는 3대 이상의 가계도 등이 포함된 혈통증명서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