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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혈관청소

Posted May. 18, 200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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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상과학(SF) 영화 아이로봇이 한동안 화제였다. 2035년, 인간이 로봇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로봇이 주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어린아이를 돌본다. 인간형 로봇과 함께 나노로봇도 등장한다. 10억분의 1m 크기의 초소형 나노로봇은 비정상적인 거대 로봇의 두뇌에 주입돼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170만 명의 관객이 몰렸을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미국의 유명한 과학자인 레이 커즈웨일이 환상적 여행-영원히 오래 살기란 책에서 인간 불멸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한 근거도 다름 아닌 나노로봇이다. 그는 20년 안에 백혈구보다도 작은 나노로봇이 개발돼 의료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수많은 나노로봇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암세포나 나쁜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필요한 약물을 상처 부위로 운반해 질병을 치료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엊그제 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첨단 과학기술 시대가 한국에서 곧 실현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20년 뒤 무병장수 시대가 열리고, 우주여행도 일상화되리라는 예측이다. 특히 혈관을 청소하는 나노로봇의 개발과 자신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새 장기() 배양 가능성이 눈길을 끈다. 이쯤 되면 혈관 질환이 병명()에서 아예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릴 것인가. 신동아 6월호는 얼굴 없는 살인마로 알려진 고지혈증의 원인과 증상, 예방법 등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평균 수명이 1930년대 35세 안팎에서 77세(2002년 기준)로 늘었다. 그러나 수명 연장이 꼭 축복일까.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일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 장수시대 예고가 반갑게 와 닿지만은 않는다.

송 대 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