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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민주화는 엄지가

Posted May. 11, 200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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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민주화 바람, 중앙아시아의 민주혁명, 중국의 반일 시위.

올해 들어 세계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이다. 이 사건들의 뒤에는 예외 없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있다. 모바일 파워, 인터넷 파워가 피플 파워를 만들어 낸 것이다.

활자매체가 근대 혁명을 이끌었고 TV가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렸다면 이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엄지 혁명이 새로운 정치권력으로 등장해 통제사회의 벽을 허물고 있다.

최근 고교 1학년생들이 중심이 된 서울 광화문 일대의 촛불집회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2002년 대선 때의 노빠 부대 바람을 경험한 한국은 이미 휴대전화 시위의 선진국. 하지만 중국을 비롯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의 통제국가들에서는 이제 새삼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모바일 데모크라시(Mobile Democracy) 바람이다.

특히 중국이 좋은 예다. 지난달 9일 베이징()에 모여 반일 시위를 벌인 1만여 명의 대학생과 시민들은 대부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와 인터넷으로 약속을 잡았다. 대자보 시위 때와는 달리 휴대전화와 인터넷은 수만, 수십만 명의 군중을 동시다발적으로 불러 모았다.

중국 당국은 5만 명의 검열 인원을 동원해 특정 검색어를 막는 방식으로 인터넷 메시지를 통제했지만 휴대전화 메시지에는 무방비였다. 54운동 기념일인 4일엔 당국이 오히려 반일 시위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내보냈을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레바논을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도 휴대전화 메시지는 시위대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 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 중앙아시아의 혁명에서도 온라인 포럼과 휴대전화 메시지가 사람들을 결집하는 주요 수단이 됐다.

한동섭()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독재국가를 무너뜨리는 힘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민주주의 확산 법안보다 오히려 일반인들의 엄지손가락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김재영 lovesong@donga.com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