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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두발자유

Posted May. 10, 20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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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생이 있는 집안에서 아침마다 큰소리가 난다면 둘 중 하나일 공산이 크다. 일어나라니까! 아니면 머리 좀 그만 만져라!다. 그 짧은 머리카락을 세웠다 눕혔다 기분과 유행에 따라 별짓을 다하는 아들, 아침밥을 굶고 지각을 하더라도 3000번은 머리를 매만지고서야 집을 나서는 딸 때문에 엄마는 소리를 칠 수밖에 없다. 공부를 그렇게 좀 해봐라!

교복 입는 중고교생들에게 헤어스타일은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보디 폴리틱스(body politics)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앞이마를 훤히 드러낸 창백한 얼굴로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며 통치권을 선언하듯, 그들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인 머리카락으로 정체성을 표현한다. 이들에겐 1.5cm 빡빡머리나 귀밑 5cm 단발머리 강제 규정이 감옥에 갇히기보다 갑갑할 수 있다.

두발제한폐지운동을 펴는 청소년들은 학교가 학생을 교도소 재소자 같은 규율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획일적 두발 규정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공부에 방해될까봐서라고 교사들은 설명하지만 실은 자신들이 과거에 당했던 것을 학생 상대로 분풀이 또는 복수한다는 고발도 있다. 실제로 머리 한가운데만 고속도로가 난 사진을 보면 학생들의 주장이 과격하달 수만도 없다. 아무리 미성년이라도 교사의 권위에 의해 강제로 머리를 깎인 이들의 모멸감과 분노, 적의가 과거 권위주의시대 억압받던 민중의 그것보다 적다고 할 순 없다. 이런 식의 두발 단속은 교육적 지도가 아니라 청소년 학대이고, 인권침해다.

문제는 1.5cm가 옳으냐 그르냐가 아니라 그것이 학교 구성원이 정한 규정인가 아닌가에 있다. 두발 자유에 관한 민주시민 교육을 하려면 학생들에게 토론과 합의의 과정을 주고 그 결과를 스스로 지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국에서도 학생다운 보디 폴리틱스는 자아 존중감을 주고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차림새도 전략이라는 말은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