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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집단사고

Posted April. 04, 200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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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모인 집단이 개인보다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때로 집단은 구성원들 사이의 의견 일치를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한 나머지 어느 한 방향으로 결정을 몰고 가는 성향이 있다. 어빙 제니스는 이를 집단사고(group think)로 정의하면서 집단이 이러한 사고에 빠지면 종종 그 결정의 결과는 좋지 않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집단사고는 우리라는 연대의식이 강한 집단에서 자주 나타난다. 구성원 간의 동질성이 강하고 외부 집단이나 세력에 대해 심한 고정관념을 가질 경우 집단사고의 증상은 깊어진다. 이런 집단은 도덕적으로 자신이 옳다는 신념에 차 있게 되고, 반대 견해에 대해 과도하게 집단을 보호하려 하며, 구성원이 이견()을 갖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열을 올린다. 이러한 집단의 구성원은 모난 돌이 되지 않으려는 심리에 빠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예스맨이 된다.

국가 고위정책결정 그룹의 집단사고는 때로 국가를 전쟁의 위기상황으로 내몰기도 한다. 제니스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1961년 쿠바 피그만 침공을 실패한 정책의 전형으로 보았는데, 그 원인을 집단사고로 분석했다. 집단사고는 지도자가 제한된 조언 그룹에만 의존하거나 자신의 선호를 앞질러 선언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과도하게 개입할수록 그 개연성이 커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자의 개성이 강하고 집단의식이 농후한 현재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다분히 안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또한 집단의식이 강하고 상명하복()의 유교 문화 속에 있기 때문에 집단사고의 위험성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정부의 주요한 대내외 정책 결정에 있어서 그 이면에 집단사고가 끼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집단 내의 누군가가 아니요 하고 악역()을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이미 절반은 집단사고에 빠져 있다고 할 것이다.

현 인 택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교수국제정치학

ithyun@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