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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탈무드 7년 동안 읽기

Posted March. 04, 200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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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드는 것은 남자지만 남자를 만드는 것은 여자다. 재산이 많을수록 걱정거리는 늘어난다. 하지만 재산이 없으면 걱정거리는 더 는다. 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웃음이 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삶의 지혜가 담겨있다. 그래선지 우리나라 책방의 처세술 코너에서도 꾸준히 팔린다. 하지만 탈무드는 유대민족에게도 가까이하기 쉽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2711쪽이나 돼서 종교인이 아니고는 끝까지 읽기가 만만치 않아서다.

이 방대한 경전을 전 세계의 유대인이 매일 똑같이 한 쪽씩(다프 요미Daf Yomi) 읽는다고 상상해 보자. 7년 반이나 걸리는 대장정이다. 1923년 폴란드에서 메이어 샤피로라는 율법학자가 탈무드를 보다 많이 읽히기 위해 이런 완독운동을 고안했다. 벌써 10번의 완독이 끝났고, 1997년 9월 29일 시작한 11번째 읽기가 2일 마무리돼 이를 자축하는 행사가 이스라엘 미국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서까지 열렸다. 마라톤 같은 도전 2711일간의 영혼 오디세이 대뇌피질이 변했다 등 다양한 찬사와 감격이 쏟아졌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어떤 역경을 겪든, 같은 날 같은 내용을 읽으며 유대민족이 느꼈을 동질감과 영적() 충만감이 짐작된다. 노벨 경제학상의 65%, 의학상의 23%, 물리학상의 22%를 유대인이 휩쓸고 미국 인구의 고작 2%이면서도 상위 부자 400가족 중 24%나 되는 것도 탈무드의 힘일지 모른다. 아랍권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반()유대주의가 솔솔 나오는 것도 이에 대한 경계심 때문일 수 있다.

종교인이 아닌 사람이 경전을, 또는 민족의 의무로서 전래고전을 매일 읽어야 한다면 고역이겠으나 지적() 훈련 삼아 동시 독서를 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다. 여럿이 하면 구속력이 생겨 어려운 글도 완독하기 좋다. 가족끼리, 멀리 있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좋아하는 책이나 시를 날마다 한쪽씩 읽는다면 참 아름다운 풍경이 되지 않을까.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