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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자들 도쿄서 한류노점

Posted January. 05, 2005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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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랏샤이마세, 오야스쿠시마스요(어서 오세요, 싸게 드립니다).

지난해 12월 18일 오전 일본 도쿄() 하라주쿠()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요요기()공원. 오전 10시 벼룩시장이 열리자마자 공원 곳곳에 500여 개의 노점이 가득 들어섰다.

이들 노점 속에서 한국인 김모 씨(29) 등 2명은 한국에서 가져온 한류() 상품을 내놓고 일본인 한류 마니아들을 유혹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300원에 사온 배용준(용사마)과 이병헌 등의 사진을 400엔에, 1만 원도 안 되는 브로마이드는 2000엔, 드라마 겨울연가 휴대전화줄은 300엔에 금세 팔아치웠다.

김 씨는 일본의 한류 마니아들은 이들 제품을 정품으로 생각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며 취업도 어려운데 장기적으로 일본인 상대의 소규모 상품 거래나 인터넷 쇼핑몰 등을 운영하기 위해 경험도 쌓고 돈도 벌 겸 장사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을 기회 삼아 국내의 청년실업자들이 한류 관련 캐릭터상품 등을 들고 일본행 보따리장사로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일본으로 출국한 81만8000여 명 중 31만여 명이 20, 30대 젊은이들로 전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도쿄와 오사카()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몇몇 벼룩시장이나 유명 관광지에서는 최근 한국 가수의 음반과 소주, 김, 용사마 관련 사진 등을 파는 한국인 청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온라인상에도 한류 관련 상품으로 일본에서 창업을 준비하려는 카페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고 관련 질문들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일본 창업 카페 등은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류 상품의 소개나 노점이 가능한 장소 등을 서로 공유한다.

20일경 오사카를 방문해 시장조사에 나설 예정인 경북 안동대 3학년 김모 씨(24여)는 한류 열풍으로 정서적, 지리적으로 가까워진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경험도 쌓기 위해 간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취업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소규모 현지 창업에 눈을 돌리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3월이 되면 6개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해져 일본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도쿄 최대의 한국 상품 유통업체인 한국광장의 김상렬(44) 상무는 소규모 보따리상들이 물건은 조잡한 데다 저작권 등의 문제가 있어서 대형 업소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며 이런 물건들이 한류 상품의 이미지를 흐릴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또 서울대 사회학과 임현진() 교수는 대졸자 10명 중 6명이 취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류붐을 타고 일본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나 장기적으로 한류의 성숙과 한일관계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박원재 mint4a@donga.com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