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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이 떨이 외쳐도 시장엔 찬바람만

Posted December. 21, 200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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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지기 시작한 오후 4시. 손님들로 흥청거려야 할 토요일 오후인데도 시장은 썰렁했다. 파카 떨이합니다! 목이 터져라 외쳤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행인들의 무심한 눈길뿐이었다.

물건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무척 당황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올 정도였지요. 연말 대목이 무색하더군요. 그는 21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전했다.

행사에 참여한 연예인들과 방송국 리포터가 가세하자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 이날 김 청장은 방한복 5벌, 체육복 20여 벌, 청바지 10여 장을 팔았다. 5만 원짜리 방한복을 3만5000원에, 그것도 스타급 탤런트까지 나와 도운 결과였다. 김 청장은 목까지 쉬었다.

중학교 졸업 때까지 어머니께서 부산 영도시장에서 그릇과 솥을 팔아 학비를 댔습니다. 재래시장이 힘들다고 해도 그때보다는 좋겠거니 했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너무도 어려운 상황임을 절감했습니다.

이날 시장 상인들은 행상에 나선 김 청장을 붙잡고 가슴 깊이 묵혀 뒀던 말들을 쏟아냈다. 먹고살 수 있게 제발 도와 달라는 절박함이었다.

작년보다 상황이 좋다는 사람은 없습디다. 매상이 3040% 줄었다고들 하더군요. 정부가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워낙 경기가 안 좋아 쉽지 않은 듯합니다. 해가 솟아야 눈이 녹겠지요.

재래시장이 어려운 이유는 불황일수록 저소득층의 소비가 더 크게 줄어드는 데다 대형 할인점들이 상권을 장악하면서 고객들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 경기 순환적 리스크와 유통산업 구조상의 문제가 중첩돼 있는 것이다.

주차장을 설치하고 화장실을 개선하는 등 현대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각종 세제() 지원도 추가로 검토 중입니다. 하지만 결국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이런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올겨울은 이상고온으로 겨울답지 않은 날씨라고 하지만 김 청장은 시장 골목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에 한기까지 느끼며 무척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꼭꼭 에워싸고 있는 불황의 그늘이 그를 더 춥게 했던 걸까.

공복()으로서 상인들께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견뎌 주십시오. 어려워도 용기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