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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주도적 역할 한계 인식해야

Posted December. 07, 200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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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무현 대통령이 귀국한다. 지난달 칠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부터 이번 유럽 방문까지 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원래 목적보다 일련의 북한 관련 언급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한국의 생각이 반영되게 하기 위해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한 엊그제 발언은 북한 핵문제 해법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말 중 결정판이었다.

북핵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기본 인식은 옳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것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 방문 이후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우려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국이 어디까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남북 간의 문제이자 국제 문제이며, 미국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원론을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 이후 국제적 측면의 비중이 한층 커졌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를 장악한 네오콘(신보수 세력)을 비판하고 북한을 달래는 것으로 일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다. 일각에서 한미 공조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부적인 문제도 있다. 주도적 역할을 위해 한국이 치러야 할 비용이 그것이다. 그동안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한은 동결 대 보상을, 미국은 북한의 선() 핵 폐기 원칙을 고수했다. 양측 주장을 주도적으로 조율하려면 북한이 요구하는 대가의 상당 부분을 한국이 떠맡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경우 한국의 부담과 관련해 제기될 국민적 합의는 또 어떻게 이뤄 낼 것인가.

주도적 역할은 한국의 이상이지만 현실의 한계 또한 만만치 않다. 노 대통령은 발언 이후 맞닥뜨릴 현실적 한계까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