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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Posted September. 23, 20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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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불안, 기업 활동의 효율성과 생산성 저하를 부채질한다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까, 경제 죽이기에 가까울까.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합병하려 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문제를 걸어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로부터 12일 뒤인 21일 영창악기는 최종 부도를 냈다. 공정위는 영창악기의 부도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국내 피아노산업은 독과점 잣대 하나로 구조조정에 제동을 걸어도 좋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출혈 경쟁이 계속되면 국내 업계는 공멸()할 우려가 큰 상황이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편협한 목표에 매달려 경직적으로 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니 국가경제 운영의 한 축을 맡겨도 좋을지 의문이다. 나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이 나라의 산업 주권()까지 흔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삼성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외국인이 경영권을 빼앗으려 해도 속수무책이라는 내부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한도가 줄어들면 이건희 회장 일가와 그룹 계열사들의 의결권이 외국인 10대 주주보다 7%나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배구조가 공정위의 마음에 들건 들지 않건 삼성전자는 첨단기술력, 매출, 수출, 인지도, 수익성 등에서 한국산업을 이끄는 대표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외국인에게 넘겨줄 위험까지 감수하고도 의결권 칼질을 강행하려 한다면 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무색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한국의 개혁정책 초점이 점차 재벌의 투명성 제고나 분배 개선 등에 잘못 맞춰지고 있다며 정책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책의 초점을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와 여당이 이 같은 충고를 계속 외면한다면 우리 국민은 머지않아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정권인지를 심각하게 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