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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두 개의 서울

Posted September. 07, 200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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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600년 도시라고 한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가 도읍지를 서울로 옮겼던 1394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올해는 꼭 610년이 되는 해다. 사람으로 따지면 환갑을 열 번이나 지낸 셈이니 장구한 세월이다. 실제로 지구상에서 이 정도의 연륜을 가진 수도는 그리 많지 않다. 500년 이상 수도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은 로마, 런던, 파리, 빈, 아테네 정도라고 한다.

수도로서 서울의 역사는 600년을 훨씬 넘어 20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원로 국사학자 한영우 교수의 얘기다. 그는 한 학술대회 기조강연(9일 발표 예정)을 통해 서울이 수도로서 쌓아 온 이미지와 브랜드는 일조일석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성백제 때부터 시작된 2000년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1명의 백제 임금 중 21명이 이곳에서 통치했고, 고려시대에는 수도에 준하는 남경()으로 300년간 삼국문화를 융합시켰다는 것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오랜 세월 서울이 수도 자격을 누리고 있는 것은 그만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 수도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집권세력엔 이런 서울 예찬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부산 방문길에 (서울은) 공기가 공기가 아니고 아이를 키울 수 없다며 전부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하고, 그 아이를 데리고 강원도에 며칠 다녀오면 나아질 만큼 공기가 나쁘다고 말했다. 교통지옥, 주택문제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한마디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란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아토피 피부염 발언은 너무했다. 아무리 수도 이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게 급했다고 해도 대통령 입에서 그런 식의 비과학적 서울 비하 발언까지 나와서야 되겠는가.

같은 서울을 두고 대통령과 역사학자가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르니 국민은 헷갈리기만 한다. 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사람에겐 대통령의 말이, 반대하는 사람에겐 역사학자의 말이 무조건 옳게 들리는 건 아닐까. 문제는 수도 이전 그 자체가 아니라 두 개의 서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목과 갈등이다. 비극이라면 그게 바로 비극이다.

송 영 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