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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알 자르카위

Posted June. 22, 2004 22:30,   

이라크와 알 카에다 사이엔 고전적 테러조직과 현대적 살인기법의 사악한 연계가 있다. 그 연계에서 중심역할을 하는 자가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초 유엔에서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자르카위를 언급했다. 과격 이슬람 테러조직의 지도자가 국제무대에서 첫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었다. 이라크와 알 카에다가 연관됐다는 이 주장은 지난주 미국의회의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에 의해 공식 부인됐다. 하지만 자르카위의 악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선일씨를 납치해 살해위협하는 테러조직을 그가 지휘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의 출신배경이 널리 알려진 데 비해 자르카위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현상금 포스터에조차 키와 몸무게를 미상(unknown)이라고 해놨을 정도다. 1966년 요르단의 가난한 팔레스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모를 여의었으며 고교를 중퇴했다는 것 등이 고작이다. 빈 라덴과 협력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엇갈린다. 오히려 빈 라덴의 리더십에 도전한다는 얘기도 있다. CNN의 표현에 따르면 그는 고독한 늑대다. 알 카에다와 떨어져 독자 활동하되 중동과 아시아 유럽까지 신출귀몰 휘저으며 테러를 자행해서다.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구소련에 맞서 지하드(성전)에 뛰어들었지만 지금 자르카위의 적은 미국, 그리고 민주주의다. 인간이 인간을 다스리는 민주주의는 유일신에 대한 인간의 복종을 강조한 이슬람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극단주의의 논리다. 부정부패와 극심한 빈부격차, 청년실업 등 아랍세계의 문제는 모두 미국이라는 적에 투사된다. 지난달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를 참수하며 그는 신의 종교를 향한 분노는 어디에 있느냐고 외쳤으나 그 야만적 행위에 세계가 분노한 점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했다.

상황이 혁명적으로 전개될수록 과격성향이 세를 얻는다고 했다. 프랑스혁명기에 온건 지롱드당 아닌 급진 자코뱅당이, 러시아혁명기에 멘셰비키 아닌 볼셰비키가 승리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과격한 테러리스트 자르카위의 잔인무도함은 세계인이, 이라크를 도우려는 한국인이 무슬림에 대해 보였던 일말의 지지와 연민마저 돌아서게 만들까 두렵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