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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때 치맛바람 대학까지 분다

Posted May. 05, 2004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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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매니저=학기 초 학부모가 학생의 수강신청을 대신 해주는 모습은 근래 대학가에서 흔한 풍경.

Y대 박모 교수는 학기 초 일부 학부모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까지 쫓아와 수강신청 강의를 듣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교수에게 확인한 뒤 직접 수강신청을 하고 가더라며 혀를 찼다.

K대 법대 교직원은 한 학부모가 우리 아들이 사법고시 공부를 하는데 수강신청하는 시간도 아까워서 내가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특히 각 대학의 홍보모델이나 교환학생을 선발하는 기간에 해당부서 직원들은 하루 종일 학부모의 전화공세에 시달린다.

현재 홍보모델을 선발 중인 S여대의 교직원 이모씨는 우리 딸이 홍보모델을 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 카메라 테스트에서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느냐는 등 부모들의 상담전화가 빗발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S대 국제협력부 정모씨는 교환학생 선발에서 탈락할 경우 학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무엇이 부족해서 선발이 안됐느냐며 따지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각 대학의 취업센터에도 취업한 학과 선배들의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학부모들이 줄을 잇는다.

대학생 딸을 둔 학부모 김모씨(45여경기 의정부시)는 점점 더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를 아이 혼자 어떻게 헤쳐 나가겠느냐며 독립심을 해칠까 걱정도 되지만 부모가 잘 관리해 줘야 된다는 생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유별난 자식사랑과 성공 출세지향적인 사회문화, 취업난 심화 등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양상이 대학가의 치맛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한국의 부모들이 자신과 자식을 분리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대학에서까지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부모가 자식의 결혼 및 집 장만까지 책임지는 것도 수강신청, 학점관리 등을 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한숭희(교육학)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자녀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국 사회와 가정의 분위기가 대학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숙한 성인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조이영 신수정 lycho@donga.com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