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니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달 26일 대구에서 가진 국민일보 VJ팀(동영상팀)과의 회견에서 60대 이상 70대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질문에 미래는 20대와 30대들의 무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20, 30대가 투표를 안 하는 경향이 있어 독려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지만 참으로 경솔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행여 일정 국민의 주권 행사가 제한되기를 바란다면 민주주의의 근본을 해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당장 선거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대표를 뽑는 총선이 탄핵 찬반 선거가 돼 정책도, 인물도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기에 세대 갈등까지 추가되면 총선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정 의장은 더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60, 70대들은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이니까 꼭 (우리의)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심각한 역사의식의 빈곤이 아닐 수 없다. 정 의장의 눈에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젊은 세대만이 이 시대를 끌고 갈 주역으로 보이는지 묻고 싶다. 오늘은 과거의 축적이고, 그 오늘이 다시 쌓여 미래를 이루는 것이다. 60, 70대가 땀과 눈물로 일궈 낸 성취가 없었다면 오늘의 20, 30대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는가.
정 의장의 발언이 지지율 급등에 따른 오만()에서 나온 것이라면 민심의 생리를 너무도 모르는 것이다. 겸손하지 않은 정당, 코드에 이어 나이로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당에 표를 던질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